젊은 야구단 키움엔 특별한 게 있다[광화문에서/이헌재]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입력 2020-09-03 03:00수정 202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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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키움 프로야구단은 지난달 덕수고 투수 장재영(18)을 1차 지명했다. 하지만 거꾸로 장재영이 키움을 선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장재영은 올해 고교 최대어로 평가받는 선수다. 듬직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가 일품이다. 고1 때부터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졌다. 올해는 최고 157km까지 찍었다. 대형 타자로서의 자질도 있다. 최근 덕수고의 우승으로 끝난 2020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대회에서 장재영은 타격, 타점, 홈런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투수를 해야 할지, 타자를 해야 할지, 아니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투타 겸업을 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1차 지명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서울 연고 팀은 두산과 LG, 키움 등 3개인데 올해 최우선 선택권은 키움에 있었고, 키움은 주저 없이 장재영을 찍었다. 키움의 경쟁 상대는 메이저리그 팀들이었다.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이 1학년 때부터 장재영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장재영이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메이저리그 직행을 노려볼 수 있었다.

장재영의 아버지는 지난해까지 키움 감독을 맡았던 장정석 해설위원이다. 지난 3년간 키움을 이끈 장 전 감독은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여러 정황상 미국행을 고려할 만했지만 장재영의 선택은 키움이었다. 장 전 감독은 “아들의 선택을 믿고 지지한다. 키움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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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영은 키움에서 실력을 키워 메이저리그를 노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명분’과 ‘실리’ 중 후자를 택한 것이다. 키움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팀이다.

키움은 KBO리그 10개 팀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다. 히어로즈란 이름 앞에 달린 ‘키움’이라는 기업명도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를 판매한 것이다. 생존이 화두인 키움에서 선수는 가장 중요한 재산이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에게 꾸준한 기회를 준다. 이정후, 김하성, 김혜성, 안우진 등 투타의 주축 선수들이 모두 20대 초중반이다.

자생력이 절실한 키움은 소속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박병호(전 미네소타), 강정호(전 피츠버그)가 그렇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박병호는 2015년 말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약 153억 원의 이적료를 구단에 안겼다. 강정호 역시 59억 원의 이적료를 남겼다. 올 시즌 뒤에는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몇 년 뒤 이정후도 해외의 문을 노크한다. 규정이 바뀌면서 이적료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키움은 여전히 짭짤한 이적료를 챙길 수 있다.

해외 진출 기회는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된다.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던 류현진(토론토)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은 구단을 설득하는 데 적잖이 애를 먹었다. 이 팀들의 목표는 팀 우승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키움은 선수가 실력이 되고, 의지만 있으면 열과 성을 다해 밀어준다.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키움은 올해 10개 팀 중 소속 선수 평균 나이(26.4세)와 평균 연차(7.1년)가 가장 젊은 팀이다. 손혁 키움 감독(47)은 10명 프로 사령탑 가운데 두 번째로 어리다. 젊은 키움은 이번 시즌 2위를 달리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키움#프로야구#kbo리그#투수 장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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