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삼성, 반도체 전쟁중에 사법리스크… ‘잃어버린 10년’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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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에 경제계 충격
“통상적 경영행위에 엄격한 잣대…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는 역차별
중요한 시기에 불확실성 가중… 한국 기업활동 전반적 위축 초래”
대법 판결까지 5∼10년 걸려… 수백조 투자사업 차질 가능성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조사부는 1일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9개월 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 등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행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한 직원이 
들어가는 모습. 뉴스1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조사부는 1일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9개월 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 등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행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한 직원이 들어가는 모습. 뉴스1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기소를 결정하자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등 통상적 경영활동에 대해 검찰이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기업 활동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검찰의 기소 결정이 나온 1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속된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내부에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검찰 기소 이후 대법원 판결까지 최소 5∼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올까”

삼성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년 이상 주요 경영자원을 검찰 수사와 재판에 쏟아야 했는데 또다시 수년 동안 재판에 매달려야 하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미중 갈등을 계기로 미국이 반도체 산업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시기에 삼성은 장기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도 “중요한 시기에 불확실성이 가중됨으로써 전반적인 기업 분위기가 침체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12월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관련 수사에 착수한 이후 검찰은 삼성 계열사를 50여 차례 압수수색 했고 430여 차례 임직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관련 특검이 수사에 착수한 뒤 최근까지 검찰에 10여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세 번 받았다. 재판에는 70여 차례 출석했다. 소환이나 재판 일정을 전후해 주요 경영진이 수사 및 재판 일정에 투입돼 실제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졌다는 말이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대기업의 한 전략담당 임원은 “경영진이 재판에 발이 묶여 있는데 어떤 임원이 혁신적인 모험을 해보자고 제안할 수 있겠나. 눈에 띄지 않게 몸을 사리고 있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투자 일정 및 인수합병(M&A)도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발표한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 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을 이을 초대형 사업 구상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분식회계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됐다는 자체로 향후 투자 유치와 글로벌 협업에 있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 “삼성에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

재계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위원 13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렸음에도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권고를 역행한 것은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체 개혁을 위해 만든 제도를 삼성에 대해서만 무력화했다”며 “코로나19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반기업 정서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기업의 합병과 회계처리, 주가 방어 활동 등 민간의 경영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금융(IB) 업계의 한 임원은 “검찰 수사대로라면 글로벌 투자 기업들이 삼성의 ‘허위 정보’에 속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 잘못 투자했다는 것인데 투자사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기간 중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서는 점을 불법으로 본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향후 많은 기업의 통상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허동준 기자
#삼성#반도체전쟁#사법리스크#잃어버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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