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년간 20명에 호소”… 朴시장 사건 진상규명 인권위 명예 걸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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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지원 단체와 법률대리인이 어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가 성추행 피해를 방조 묵인한 정황을 추가로 공개했다. 피해자가 4년 넘게 20명의 전·현직 비서관과 인사담당자에게 피해를 호소하고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예뻐서 그랬겠지” “시장에게 허락 받아라”라는 답변만 들었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또 경찰에 고소하기 하루 전인 7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면담을 요청했으며 피고소인이 박 전 시장인 사실을 검찰에 알렸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서울시 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 대신 다음 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겠다고 한다. 서울시 내부의 성추행 방조 의혹은 경찰, 고소 사실 유출 의혹은 검찰이 맡았지만 서울시와 수사기관 모두에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서울시는 피해자가 고소하자 회유와 압박을 가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이 신청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와 서울시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혐의사실 소명 부족’을 이유로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다. 45명 규모의 수사팀을 꾸렸다는데 영장 신청마저 부실할 정도로 의지가 없는 것인지, 수사 실력이 부족한 것인지, 법원이 소극적인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누설 의혹(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을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17일 접수한 지 엿새가 되도록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 서울중앙지검은 경찰과 청와대에 이어 유출 의혹까지 받게 됐다.

피해자 측이 마지막으로 도움을 호소한 곳은 강제 수사권도 없는 국가인권위다. 검찰의 ‘공소권 없음’ 결정으로 인한 실체적 진실 규명의 한계를 인권위 조사권으로 넘어보려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피해 구제는 사실 관계 확인에서 출발한다. 이번 사건은 주변의 방조 속에 4년간 일상적으로 지속돼온 권력형 성범죄라는 것이 피해자 측 주장이다. 인권위가 진상 규명은 물론이고 방조 은폐, 사실 유출까지 모든 의혹을 해소해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진상규명#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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