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연구팀 “한국 코로나 사망 적은 건 김치 덕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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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배추가 바이러스 차단제 역할… 당장 아침식단에 포함시켜라”
절인 양배추 먹는 獨도 사망률 낮아… 2003년 사스때도 ‘예방효과’ 돌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고 있지만 한국은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코로나19 피해가 적은 편이다. 그 비결은 뭘까.

프랑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발효음식이었다. 한국에서는 김치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이야기다.

영국 더선 등에 따르면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폐의학과 명예교수 연구팀은 최근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지역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발효된 배추를 주식으로 삼는 국가들의 사망자가 적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김치를 거의 매일 섭취하기 때문에 김치에 있는 발효 관련 성분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에도 발효식품이 예방에 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김치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독일에는 사워크라우트(Sauerkraut)가 있다. 사워크라우트는 채를 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독일식 김치다. 소시지 등에 곁들여 먹는다. 연구진은 독일,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발트해 국가들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내 프랑스어 또는 이탈리아어 사용 지역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스위스 내에서도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보다 사망자가 훨씬 더 많았다는 점이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선 사워크라우트를 먹기 때문에 이를 먹지 않는 지역보다 사망자가 적었다는 의미다.

요거트 등 발효음료를 많이 먹는 그리스와 불가리아, 상어알을 발효시킨 캐비아를 많이 먹는 터키도 같은 이유로 다른 유럽국들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피해가 작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부스케 교수는 “발효 배추와 요거트가 일종의 천연 바이러스 차단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발효된 배추를 섭취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는 ACE2(앤지오텐신 전환 효소2)라는 효소와 관련이 있다. ACE2는 인간의 세포막에 있는 효소인데 주로 폐에 많다. 코로나바이러스는 ACE2와 결합해 신체에 진입한다. 발효된 배추를 많이 먹으면 ACE2가 줄고, 바이러스가 신체에 침투할 가능성도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발효 배추는 항산화제가 많아 면역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과 독일의 누적 확진자는 16일 기준 각각 1만3612명, 20만1252명에 달했지만 사망자는 291명, 9148명에 그쳤다. 두 나라의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도 각각 2.14%, 4.55%로, 절인 배추가 주식에 없는 이탈리아(14.37%), 스페인(9.33%), 영국(15.43%) 등에 비해 훨씬 낮다.

부스케 교수는 “그동안 코로나19 확산과 식생활 연구는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식단을 바꾸면 코로나바이러스 면역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당장 아침 식단에 절인 채소를 포함시켜라”고 권고했다. 부스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연구단체인 ‘만성 호흡기 질환에 대한 국제연합(GARD)’ 의장을 맡아온 전문가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임상과 변환 알레르기(Clinical and Translational Allergy)’에 게재됐다.

제이딥 레이 영국 셰필드대 교수는 “우리는 코로나라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 계속 파악해 가는 과정에 있다”면서 “대규모 데이터에서 관찰된 상관관계는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코로나19#프랑스#연구진#김치#발효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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