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며 경쟁 즐겨…“멈추고 싶은 욕구 참는 정신력, 성취욕 느낀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20-06-06 14:00수정 2020-06-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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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준 씨는 크로스핏을 시작하며 운동마니아가 됐다. 운동을 한 뒤 역기를 최대 57kg까지 들어올리는 강철체력이 됐다. 원희준 씨 제공.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미국에서 살다 3년 전 돌아온 커리어우먼 원희준 씨(32·EA 코리아)는 우연히 친구 따라 크로스핏(CrossFit) 체육관에 갔다가 운동마니아가 됐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과 신체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섞어 전신의 운동 능력을 고루 발달시킨다. 그만큼 힘들다.

“처음엔 솔직히 너무 격렬해 무서웠다. 무거운 역기도 들고 힘든 동작도 하고…. 그저 이런 세계도 있구나했다. 하지만 개인 수준에 맞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시작했다. 너무 재밌었다. 역기를 들어 올리고 턱걸이도 하고, 버피테스트도 하고…. 한계를 넘어 역기 무게를 더 올리고, 특정 동작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른 시간에 목표 횟수를 마치는 게 좋았다.”


미국에서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한 뒤 회사에 다니며 피트니스센터에서 건강을 위해 간간이 운동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빠져든 것은 처음이다. 마치 엘리트 운동선수처럼 매일 땀을 흘렸다. 처음엔 아침저녁으로 크로스핏을 했다. 역기로 역도 용상(Clean & Jerk)을 57kg까지 들어올릴 정도로 체력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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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준 씨는 장거리를 달리며 다양한 장애물을 넘는 스파르탄 레이스에도 참가하고 있다. 원희준 씨 제공.

2018년엔 스파르탄 레이스에 참가했다. 스파르탄 레이스는 5km부터 10km, 21km까지 달리며 다양한 난이도의 장애물을 정복해나가는 레이스로 200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한국,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 40여 개 국에서 열리고 있다. 5km는 장애물 20개, 10km는 장애물 25개, 21km는 장애물 30개를 넘는 식이다. 장애물은 넘는 것, 건너는 것(물, 밧줄), 드는 것 등 다양하다.

“해변 및 산악을 달리고, 무거운 것을 들고 달리거나 밧줄을 타는 경기인데 도전의 연속이었고 매번 만나는 장애를 넘는 게 재밌었다. 2018년 2개 대회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도 2개 대회에 출전했다.”

원희준 씨가 스파르탄 레이스에 출전해 링을 잡고 건너는 장애물을 건너고 있다. 원희준 씨 제공.

원 씨는 지난해 7월 열린 동해 스파르탄 레이스 21km를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달리기도 시작했다. 21km는 가장 긴 거리로 ‘비스트’로 불린다. 마라톤 하프코스에 가까운 거리를 달리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했다. 온라인 마라톤 동호회 ‘휴먼레이스’에도 가입했다.

“솔직히 달리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했었다. 그런데 안 달리면 안 되니 제대로 달리고 싶었다. 휴먼레이스에 가입해 나갔는데 다들 나보다 훨씬 빨리 달려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곳을 알아봤다.”

수준별 그룹으로 나눠 지도하는 ‘스타트런’을 찾았고 매주 2, 3회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쉽게 효율적으로 달리는 법도 알려줬다. 그는 “혼자 달리면 중간에 멈추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데 함께 달리니 참고 계속 달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달린 지 한달이 채 안돼 참가한 스파르탄 레이스 21km는 4시간 25분에 완주했다. 스타트런 멤버들은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이후 공공스포츠시설을 폐쇄해 대치유수지 트랙에서 훈련하고 있다. 혼자 달릴 땐 집근처 반포 한강공원을 달린다.

원희준 씨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해 마라톤 10km와 하프코스까지 완주했다. 그는 코로나19시대 매일 저녁 달리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 원희준 씨 제공.

운동하면서 삶의 질이 좋아졌다. 피곤하지 않았고 무슨 일을 하든 지치지 않았다. 그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아직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조그만 걸어도 지쳐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날 보면 ‘너무 극한을 즐기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렇게 활기차게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운동은 성취감을 준다. 기록을 단축하고, 목표했던 거리를 완주하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느끼는 쾌감이 그를 또 달리게 만든다. 경쟁도 즐겼다. 아주 뛰어난 사람들을 따라가진 못했지만 타인과의 경쟁, 기록 단축이 동기부여가 됐다. 지난해 10km 1시간6분, 하프코스 2시간25분에 완주했는데 올해는 10km 57분, 하프코스를 2시간10분까지 완주하는 게 목표다.

“솔직히 크로스핏이 더 재밌다. 아직 달리는 재미에 빠지진 않았다. 하지만 달리기는 체지방을 태우는데 효과적이다. 또 크로스핏은 길어야 20분, 최대 30분이면 끝나는데 달리기는 1,2시간은 물론 3,4시간 씩 달린다. 멈추고 싶은 욕구를 참고 끝까지 달리는 정신력, 거기서도 성취욕을 느낀다.”

원 씨는 달리면서 크로스핏은 주 1회로 줄였다. 평일 저녁에 5~7km를 달린다. 길게는 10km까지 달린다. 주말엔 트레일러닝을 한다. 스파르탄 레이스를 하며 트레일러닝을 접했고 올 2월 열린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 12km를 달린 뒤 산을 달리는 재미에도 빠져 들었다.

원희준 씨는 산악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도 빠져 있다. 지난 2월 화이트트레일인제 12km를 즐겁게 달리고 있는 원희준 씨. 원희준 씨 제공.
원희준 씨는 평일 저녁엔 트랙이나 한강공원을 달리고 주말에는 산을 달린다. 원희준 씨 제공.

“서울 주변엔 산이 많다. 서울 둘레길을 달린다. 한 달 전에는 관악산 둘레길 34km를 달렸다. 트레일러닝은 색다른 묘미가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산과 들, 계곡 등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 수 있다. 도로 달리기는 비슷한 동작을 반복해 다소 지루하지만 산은 다양한 볼거리와 넘어야 할 장애가 있어 심심하지 않다.”

원 씨는 코로나19가 터진 2월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운동이 주는 의미가 더 각별하다. 크로스핏과 달리기를 하며 만난 지인들과 함께 저녁에 달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 그는 “솔직히 주위 지인들이 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라 코로나19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함께 달리고 있다. 달리기는 비대면 스포츠라 큰 문제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주 2회 요가도 하고 있다. 크로스핏과 달리기를 하다보니 근육이 너무 비대해져 유연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운동을 하면서 요가 등 유연성 운동을 보조적으로 하면 부상도 방지하고 훨씬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원 씨는 현재로선 마라톤 풀코스를 달릴 생각은 없다고 했다. “마라톤 풀코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솔직히 풀코스를 뛰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하프코스까지가 딱 맞는 것 같다”고. 하프코스 완주도 힘들었는데 풀코스까지 달릴 생각을 하니 달리는 것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지금은 즐겁게 재밌게 달리는 게 더 좋다”고 했다.

하지만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아직 그가 가야할 인생길은 멀다. 조만간 마라톤 풀코스는 물론 100km 울트라마라톤, 250km 사막마라톤까지 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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