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정책기획위원회 “보건연구원 질본서 분리 안된다고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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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전면 재검토’ 지시
논의과정 반대에도 개편안에 담겨… 인력-예산 줄여 되레 역량약화 우려
“조직 이기주의가 졸속 입법 초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국내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갔다. 추진 과정에서 관련 기관들이 방역 체계 강화라는 본질은 제쳐놓고 ‘밥그릇’ 챙기기에 나서면서 졸속 입법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에 대한 질본의 연구 및 관리 능력을 높이려면 확대 개편될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물론이고 국립보건연구원도 질본에 남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4월 말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도 전문가들은 보건연구원을 질본과 분리하는 개편안에 반대했다고 한다. 위원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감염병 연구기관이라도 남기고 분리하면 모를까, 다 가져가면 질본에 남은 행정인력이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이렇게 이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질본뿐만 아니라 보건연구원의 감염병 대응 능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미국의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양 기관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질병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논리였다. 한 보건 전문가는 “연구원을 아예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조직으로 만들 게 아니라면 질본 산하에 두는 게 낫다”며 “인력,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독립하면 부처의 행정관료들에게 휘둘리는 조직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개편안에는 연구기관을 이관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실속을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하기관이 늘어나면 인사 적체를 해소할 수 있고 관련 연구와 조사에 외부 전문가를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복지부가 2차관을 신설하면서 연구원 등 관련 조직을 보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지방 조직 강화에 행정안전부가 소극적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은 CDC가 예방관리 정책을 시행하지만 연구와 실험을 하지 않고 행정업무만 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지방조직과 예산 등을 잘 갖춘 뒤 독립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보건연구원이 보건의료 전반에 걸친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개편안대로 조직과 기능을 확대하는 대신에 질본이나 복지부 산하가 아닌 별도 기관으로 독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질병관리본부#질병관리청#전면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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