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참사 일주일… 공사장 대부분 소화기-피난유도등 안 갖춰

조건희 기자 , 이청아 기자 입력 2020-05-06 03:00수정 2020-05-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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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사현장 점검해보니
15곳 중 2곳만 안전기준 준수… 여전히 소화장비 없이 지하 용접
“수칙 제대로 지키는 곳이 어딨나”… 현장 안전불감증 달라진 게 없어
5일 오전 9시경 서울 강서구의 A빌딩 신축 공사 현장.

연면적 9500m² 규모인 이 건물 지하 2층에선 작업자 2명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배관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15m 정도 떨어진 같은 층 구석엔 알루미늄 고압산소통 2개가 뒹굴고 있었다. 쓰다 만 페인트통에서도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1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엔 피난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아 아침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소화기도 입구에 비치된 1개 외에 다른 소화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한 현장 직원은 “소방시설 등에 대해 별다른 지침이나 지적이 내려오진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38명이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천 참사도 공사업체가 기본적인 화재 예방 규정을 어기고 인화성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을 병행하다가 벌어진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에선 지금도 통곡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공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예방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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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5일 서울의 건설 공사 중인 15곳을 확인해 보니 관련법상 안전 조치가 제대로 지켜진 현장은 서초구에 있는 한 운동시설과 강남구의 오피스텔 공사장뿐이었다. 연면적이 약 6000m²인 B빌딩 공사장은 간이소화전과 소화기가 하나도 없었다. 한 현장 직원(63)은 “지하에서 용접할 때도 소화기를 본 적이 없다”며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며 일하는 공사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한 연구센터(연면적 약 4만 m²) 공사 현장은 지상에 안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대형 간이소화전도 보였다. 하지만 굴착과 용접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지하엔 지상으로 이어지는 피난유도등이 없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때처럼 정전과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대피로를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인화성 물질을 바깥에 위험하게 노출시킨 현장도 있었다. 강남구의 한 신축 건물 공사장엔 고압산소통과 액화석유가스(LPG)통이 노즐이 연결된 채 놓여 있었다. 옆에선 중장비를 이용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LPG통은 어떤 안전 가림막도 없이 두께가 2cm도 안 되는 펜스에 바짝 붙어 있었다. 펜스는 청소년 수백 명이 드나드는 학원과 3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용접과 절단, 연마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화재로 이어진 사례는 2015년 이후 올 3월 말까지 총 5825건. 이들 화재로 32명이 숨지고 42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2008년 1월) 이후 불티로 인한 화재는 2008년 1744건에서 2009년 1328건, 2010년 1291건 등으로 다소 감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975건) 이후 다시 증가해 한 번도 연간 1000건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관련 규정을 강화하지만 이행 여부는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3월 인천 부평구의 주상복합 건물 공사장에서 용접 중 화재로 2명이 숨지자 같은 해 9월 공사 업체가 용접 작업 전에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한 소방 관계자는 “일선 소방서는 ‘완공 전 건물은 소방서의 필수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실상 점검에 손을 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원인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시공사인 ㈜건우 사무실과 하청업체 등 7곳을 압수수색해 시공계획서와 임시소방시설 설치 계획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을 정확히 찾기 위해 6일 세 번째 현장 감식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이청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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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참사#물류센터 화재#현장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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