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의 땀만 있었나” 출판인 반발

조종엽 기자 입력 2018-10-25 03:00수정 2018-10-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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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協, 복전협 탈퇴 독자 저작권 단체 설립 주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출판계 인사들이 출판사의 권익을 보장하는 저작권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올해 3월 집회를 열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세상 참 편해졌다. 책의 내용 일부가 필요할 때 책을 사지 않고 가까운 서점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필요한 페이지만 사진으로 찍는 이가 드물지 않다. 책을 소유한 지인에게 필요한 부분의 사진을 메신저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만큼 책이 안 팔리니 출판사들은 울상이다.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콘텐츠의 복제 전송이 점점 간편해지는 건 가뜩이나 불황을 겪는 출판계에 위협이다. 출판계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최근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복전협)를 탈퇴하고, 독자적인 저작권 보호단체를 설립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갈등의 발단은 이른바 ‘수업 목적 보상금’의 분배 문제다. 대학은 수업에서 필요한 저작물 일부를 쓴다. 책의 일부를 복사해서 학생들에게 나눠 주거나 강의용 웹하드에 파일 형태로 올려 공유하기도 한다. 물론 보상은 한다.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을 수 없으니, 대학이 학생당 일정 금액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단체인 복전협에 낸다. 연간 약 25억 원 규모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저자)에게만 보상금 지급 의무를 두고 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액수가 극히 작은 도서관 보상금(도서관에서의 복사에 대한 보상금)은 저작권자와 출판권자(출판사)에 나누어 주도록 규정했으면서, 수업 목적 보상금은 저자에게만 주도록 한 건 저작권법의 모순”이라면서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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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협은 20일 ‘2018 출판경영자세미나’에서 복전협과 저작권 관리 신탁 계약을 맺은 개별 출판사 200여 곳에 신탁 해지를 요청했다. 학술서를 주로 내는 한 출판사 관계자는 “복전협은 출판물의 무단 복제에 대응하는 데 미흡했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판면권(版面權)’을 저작인접권으로 보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판면은 말 그대로 인쇄된 책의 면(여백 제외)을 일컫는다. 곡(曲)의 경우 작사·작곡자 외에도 노래를 부른 실연자나 음반제작자 등이 저작권과 유사한 저작인접권을 가진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책 판면 뒤에는 기획과 저자 발굴, 편집, 디자인, 교정 등 출판인의 노력이 들어 있지만 그에 대한 권리인 판면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허락 없이 종이책과 판면이 똑같은 PDF 전자책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려 팔아도 저자의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만 종이책 출판권만 있는 출판사라면 권리 침해를 인정받기 어렵다. 판면권을 도입하면 이런 상황에서 출판사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매절 계약’(저작권 양도 계약) 관행 탓에 저자의 권리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출판권을 지나치게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출협은 “과거의 관행이며, 최근 실태조사에서 ‘매절 계약’은 극히 일부”라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저자와 출판사가 계약 시 보상금 분배 관련 조항을 명시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문영호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은 전화 통화에서 “수업 목적 보상금의 출판권자 의무 분배나 포괄적 판면권의 도입은 역으로 저자의 권리를 잠식할 소지가 있다”면서 “그 대신 ‘사적복제보상금’(스마트폰 등 복제가 가능한 기기를 구입하는 이들이 보상금을 내는 것)이나 ‘공공대출권’(도서관 도서 대출에 대해 국가가 저작권료를 지불) 제도 도입을 검토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판면권#출판사#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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