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 가치를 인정하고 M&A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사례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한참을 앞서 정책으로 발표하고 만들어 내고자 했던 모습인데 어느덧 추월당한 것일까?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아이디어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보다 빼앗아 쓰기가 쉬운 시스템에서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6개월이 지났다. 관행과 문화의 문제를 고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시선 속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중기부의 제도를 고쳤다. 기술탈취 예방역할을 하는 기술임치 제도의 이용 수수료를 인하하고 창업초기기업에는 무료 바우처를 제공하였다. 피해기업에만 제공하던 법률자문 서비스도 ‘법률주치의’처럼 예방을 위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침해 사건은 중기부가 조사하고 시정권고할 수 있도록 법률도 마련했다.
나아가 민간과 손잡고 중소기업 현장에 다가가는 지원체계도 만들었다. 장관이 직접 대기업 대표를 만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없애 달라고 요청하였다. 12개 지방중기청과 지역 전문가들이 피해기업 상담은 물론 기업체 현장을 돌며 예방을 위한 안내 활동을 전개하고 변호사 변리사 단체와 연대도 구축하였다.
중기부, 공정위, 특허청, 산업부, 경찰청, 검찰청이 범정부 TF를 운용하며 제도개선과 함께 조사 및 수사 협력도 하고 있다. 소관 부처가 불분명하여도 피해기업은 중기부의 상담을 받고 소관 부처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올 7월 공정위는 수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용한 혐의로 한 대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였다. 특허청도 아이디어 탈취 사례에 주목하고, 이를 조사하여 시정권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현장에서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대기업 구매담당자들이 기술자료 요구에 주의하고 있다거나, 전화나 이메일로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불법이 줄어들고 서면요구를 지키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담당국장으로서는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규제기관을 의식한 변화를 넘어 새로운 관행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손해배상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중소기업에 불리한 입증책임 제도를 보완하여야 한다.
공공기관에 의한 민간 벤처시장 교란, 전산시스템(ERP) 속에 숨어 있는 사각지대들까지 고쳐나갈 요소가 산적해 있다. 기술탈취는 갑질이 아니라 범죄이다. 기술탈취 근절은 나라를 바로 세우고 경제를 새롭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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