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하게, 섹시하게 때론 달콤하게… 내 남자의 향기가 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아쿠아 디 파르마의 ‘미르토 디 파나레아’. 이탈리아 지중해의 향기를 담고 있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 ‘미르토 디 파나레아’. 이탈리아 지중해의 향기를 담고 있다.
뜨거운 태양과 찌는 듯한 무더위로 땀이 많이 나는 계절 여름이다. 체취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시즌이다. 향기에 민감한 남성들이라면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의 여름 향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남성 향수라고해서 모두 강하게 코를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하기만 한 향은 ‘아재’ 느낌이라며 배척당한 지 오래. 최근에는 남성들 사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 독특한 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틈새를 파고든 ‘니치(niche)’ 향수가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여행지에서 혹은 여름날 무더위에도 잘 어울릴 남성 향수들을 소개한다.

루이비통 남성 오드 퍼퓸 컬렉션의 쉬르 라 루트
루이비통 남성 오드 퍼퓸 컬렉션의 쉬르 라 루트
새롭게 선보인 루이비통 남성 향수

올여름 향수 마니아들의 관심을 끄는 제품 중에 루이비통이 있다. 루이비통은 5월 남성 오드 퍼퓸 향수를 공개했다. 1927년 처음 향수 제품을 공개한 뒤 사업을 접었던 루이비통은 2016년 여성 라인을 시작으로 향수 신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남성 향수 컬렉션은 2년 만에 루이비통이 내놓은 향수 신제품이다.

5가지 향으로 이뤄진 루이비통의 남성 향수 컬렉션은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트뤼가 천연 원재료를 찾아 만든 것들이다. 우선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띈다. 리멍시테(L’Immensit´e·광대함), 누보 몽드(Nouveau Monde·새로운 세계), 오라주(Orage·폭풍), 쉬르 라 루트(Sur la Route·길 위에서), 오 아자르(Au Hasard·우연히)가 향수마다 붙은 이름들이다.

리멍시테는 자몽 특유의 쌉싸름함을 생강, 라다넘(지중해 지역에서 자라는 관목 중 하나인 시스투스에서 채취한 수지액) 향료, 암브록산과 조합했다. 이산화탄소 추출 기법으로 생강향의 톡 쏘는 느낌이 여름과 잘 어울린다. 누보 몽드는 매우 이국적인 향이다. 코트디부아르의 천연 코코아 수지 물질에 방글라데시의 우드 아삼의 향을 더해 중성적이면서도 오묘한 향이 난다.

오라주는 10여 개의 최고급 원재료만 선정해 조합을 최소화한 향수다. 아이리스의 우아한 향에 파촐리 하트에서 분리한 잎의 향취를 더했다. 처음엔 대지와 식물의 느낌이 나지만 시간이 흐르면 머스크향이 오래도록 남는다. 쉬르 라 루트는 여름철과 잘 어울리는 시트러스에 시더 향을 결합한 향수다. 페루산 발삼을 더했으며 핑크 페퍼콘과 넛메그의 진한 향이 더해져 기묘하면서도 중독성이 있는 향이다. 오 아자르는 스리랑카의 샌들우드 향에 과실향과 머스크향을 머금은 암브레트 씨앗의 향을 접목해 밝은 기운을 잘 표현했다.

향은 복잡한 조합을 통해 탄생했지만 향수병은 미니멀리즘을 적용해 심플하다. 모든 장식적 요소를 배제한 투명 글라스에 담겼다. 루이비통은 향수를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를 따로 판매 중이다. 루이비통 남성 오드 퍼퓸 향수의 가격은 100mL 기준 35만 원, 200mL 51만 원이다.

지중해 알프스…여행지 감성을 담은 향수들

여름엔 달콤한 꽃향기보단 상쾌한 느낌의 아쿠아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 생각나는 브랜드가 아쿠아 디 파르마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 ‘미르토 디 파나레아 오 드 투알레트(MIRTO DI PANAREA EDT)’는 상쾌한 지중해의 푸른 바다 향을 연상케 한다. 이름을 직역하면 ‘파나레아섬의 은매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멀리 떨어진 섬 파나레아는 지중해 관목식물의 천국이다. 미르토(은매화)는 이 섬에서 자라는 허브의 일종이다.

미르토 디 파나레아는 활기 넘치는 바질의 향과 레몬, 베르가모트, 재스민, 장미 등이 합쳐져 조화로운 향을 이룬다. 언제 어디서나 향으로 이탈리아 지중해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가격은 75mL 기준 14만5000원, 150mL 19만 5000원.

딥티크의 탐다오 오드 퍼퓸
딥티크의 탐다오 오드 퍼퓸
딥티크의 ‘탐다오 오 드 퍼퓸’은 우아하면서도 진한 샌들우드 향으로 여름철에 잘 어울린다. 딥티크의 창시자 이브 쿠에랑이 어린 시절 향기를 추억하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샌들우드 중에서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마이조르 샌들우드’를 사용했다. 이 향에 생생한 사이프러스향과 머틀향을 더해 신선한 느낌을 더했다. 향수병 케이스에 그려진 코끼리 그림은 신을 위해 샌들우드 통나무를 사원으로 실어 나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가격은 75mL 기준 19만8000원.

톰포드 뷰티의 만다리노 디 아말피 아쿠아
톰포드 뷰티의 만다리노 디 아말피 아쿠아
여름 향수에도 강렬함을 주고 싶다면 톰포드가 제격이다. 톰포드의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 ‘톰 포드 뷰티(Tom Ford Beauty)’는 지난달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로 ‘톰 포드 패뷸러스(Fabulous) 오 드 퍼퓸’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해 9월 뉴욕 패션위크 톰 포드 2018 봄여름(SS) 패션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자극적이면서도 직설적인 네이밍 덕에 패션업계는 물론 셀러브리티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매트 블랙 소재로 마감된 향수병엔 강렬한 ‘FABULOUS’(기막히게 좋은)라는 레터링이 새겨졌다. 그 아래 빨간색 검열 스티커를 부착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이 향수는 부드러운 플로럴(Floral) 노트로 시작해 통카콩, 앰버 향의 조화가 느껴지는 제품이다. 생각지 못한 향끼리 만들어내는 향이 톰포드만의 관능적인 센슈얼리티(Sensuality)를 표현한다. 가격은 50mL 기준 38만 5000원.

이달 출시한 ‘만다리노 디 아말피 아쿠아(MANDARINO DI AMALFI AQUA)’는 남녀가 공용으로 즐길 수 있는 아쿠아 계열의 향수다. 시트러스 아로마틱 계열의 향으로 이탈리아 동쪽 해변에서 자라는 타라곤, 스피어민트, 블랙커런트 허브의 향이 조화를 이뤘다. 잔잔한 플로럴 노트와 함께 청명한 시소 잎의 향이 여름밤과 잘 어울린다. 가격은 50mL 기준 16만6000원, 100mL 23만8000원.

크리드의 어벤투스
크리드의 어벤투스
7대를 이어온 전통 조향사 가문 브랜드 ‘크리드’의 향수도 여름철 남성들에게 잘 어울린다. 크리드 ‘어벤투스(AVENTUS)’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을 위한 향수로 알려져 있다. 전쟁터를 누비는 터프하고 강한 나폴레옹의 느낌을 향수에 담기 위해 그가 살았던 프랑스 코르시카섬에서 공수한 블랙커런트를 원료로 사용했다. 어벤투스는 ‘성공’이란 어원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가격은 50mL 33만8000원, 100mL 44만3000원.

크리드의 ‘실버 마운틴 워터(SILVER MOUNTAIN WATER)’는 알프스 산맥의 웅장한 기운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로 유명하다. 베르가모트와 네롤리를 통한 상큼함에 짭짤한 바다의 향과 블랙커런트 향을 조화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50mL 33만8000원, 100mL 44만3000원.

조 말론의 ‘우드 세이지&씨 솔트(Wood sage & Sea salt)’는 영국 바다의 향기를 담았다. 세이지의 나무와 같은 흙냄새에 소금기를 머금은 바다 공기의 향을 더했다. 대지와 바다의 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향수다. 이 제품은 콜로뉴(cologne) 제품으로 향수보다 농도가 낮아 더 산뜻한 향을 낸다. 땀이 많이 나는 더운 여름날 샤워 직후 뿌려주면 은은하게 향이 퍼진다. 가격은 30mL 기준 9만2000원, 100mL 18만4000원.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스타일 매거진 q#패션#남성 향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