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통업체들 ‘매장 리츠’ 설립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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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은곳 한데 묶어 증시에 상장… 임대료 수익으로 배당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가 자사 보유 매장들을 한데 묶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주들은 임대료 수익 중 일정 비율을 배당수익으로 받게 된다.

2일 유통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국 매장 90곳 중 40여 곳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가 홈플러스의 리츠 및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인가를 심사하고 있다. 다음 달 초 리츠가 설립될 경우 이르면 11월께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AMC 인가가 나오는 대로 홈플러스 매장들을 새로 생긴 리츠에 매각한다. 형식상으로는 홈플러스가 리츠의 임차인이 돼 임대료를 내는 식이다. 리츠는 홈플러스로부터 받은 임대료를 투자자들에게 배당 형식으로 나눠 준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상품이 연 6∼7%의 배당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랜드리테일도 다음 달 NC백화점 분당야탑점, 뉴코아 일산·평촌점을 묶은 상장형 리츠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매장들은 이랜드리테일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이리츠코크렙’이 갖고 있었다. 이 펀드가 공모로 바뀌면서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 이랜드그룹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상장되는 회사다. 이 상품 역시 연 6∼7%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공모 리츠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온라인쇼핑이 일상화하면서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회사들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몸집 줄이기와 현금 확보에 나서는 추세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에만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8700억 원), 계열사 ‘모던하우스’(7130억 원) 등을 매각했다.

하지만 실적이 좋은 핵심 매장을 팔면 매출 달성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데다 노동조합 등 내부 반발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매장에 대한 20% 안팎의 지분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리츠 상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존에 주를 이루던 사모형 리츠를 만들 경우 소수의 ‘큰손’들이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게 돼 ‘회사를 매각하려 한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공모 리츠는 다수의 개인이 주주로 참여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한리츠운용이 8월 말∼9월 초 판교신도시(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지상 15층 규모 오피스 빌딩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를 상장할 예정이다.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블루홀과 네이버가 10년 동안 임차하는 건물이어서 공실이 날 가능성이 적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신한리츠는 1140억 원어치의 주식을 일반 투자자로부터 공모하며 10년 기준 수익률은 연 7%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유통사 매장과 도심 역세권 오피스 등을 자산으로 한 리츠는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양호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이므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유통#주식#홈플러스#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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