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재판 지연 불가피… 안종범-정호성 1심 선고 먼저 나올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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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변호인 사퇴 파장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변호인단이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사퇴하면서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연내 1심 선고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지정하더라도 새로운 변호인이 사건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한 데다 박 전 대통령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재판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1, 2심 선고가 줄줄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이재용 항소심 등 먼저 선고 가능성

현 상태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과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 등의 1심 선고는 박 전 대통령보다 앞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안 전 수석 등의 재판은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맡고 있다. 안 전 수석 등은 이미 재판 심리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사건과 함께 결론을 내기 위해 결심 공판을 미뤄놓은 상태다.

이들의 구속기한이 11월 중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가 더 이상 선고를 미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10월 25일, 차 전 단장은 11월 1일에 각각 공판이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선고일정 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 등의 선고 결과는 박 전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엿볼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구속 기소)의 항소심 선고도 박 전 대통령 사건 1심 선고보다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심리를 할 방침을 밝힌 상황이어서 이르면 올해 안에 재판을 끝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 “朴, 대부분 증거 동의할 가능성”

“朴 前대통령 석방하라” 조원진 단식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단식 8일째인 17일 국회에서 힘겨운 
표정으로 단식장에 드러누워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로 자유한국당에서 올해 4월 탈당한 조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朴 前대통령 석방하라” 조원진 단식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단식 8일째인 17일 국회에서 힘겨운 표정으로 단식장에 드러누워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로 자유한국당에서 올해 4월 탈당한 조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재판에서 검찰 조서 등 기존에 동의하지 않았던 증거들의 채택에 대거 동의하면 재판 기간은 크게 짧아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사임 직전, 박 전 대통령과 구속 기한 연장에 대한 입장을 논의하면서 1심 재판에서 대부분의 검찰 증거에 동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 채택에 동의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하거나 검찰이 조사한 진술조서를 확인해야 할 사건 관계인이 여전히 300명 넘게 남아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부분의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구속 기한 연장으로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향후 재판에서는 방어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증거 채택에 동의해 드러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 등을 적극적으로 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향후 사면 등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증거채택에 대거 동의해 증인신문이 줄줄이 취소되면 상황에 따라 연내에 1심 선고가 가능할 수도 있다.

권오혁 hyuk@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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