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5차 핵실험처럼… 北, 추석연휴 틈타 도발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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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998년이후 도발 37건중 20건, 설-추석 연휴 전후나 주말에 발생
올해는 연휴뒤 당 창건일 이어져… SLBM 괌기지 인근 발사 가능성

사상 최장 기간의 명절(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정부 당국과 군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북한이 추석 연휴를 틈타 모종의 군사적 위협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추석 연휴를 전후한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있었다. 2006년에는 추석(10월 6일) 사흘 뒤이자 노동당 창건일을 하루 앞두고 1차 핵실험(10월 9일)을 강행했다. 추석 사흘 전 핵실험 예고로 국내외 이목을 최대한 집중시킨 뒤 보란 듯이 ‘핵단추’를 누른 것이다. 지난해엔 스커드-ER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9월 5일)에 이어 5차 핵실험(9월 9일·북한 정권 수립일)이 추석(9월 15일)을 불과 엿새 앞두고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명절 연휴 전후와 휴일을 노린 북한의 도발 실태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동아일보가 1998년 1월∼2017년 9월 북한의 대표적인 도발 37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20건(54%)이 설·추석 연휴 전후나 주말(금∼일요일)에 일어났다. 더욱이 올해는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당 창건일로 이어진다. 김정은이 내부 결속과 기습 및 충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 기간에 핵·미사일 도발을 시도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미 관계가 최악의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1B 전략폭격기(2대)와 F-15C 전투기(6대)를 동원한 미국의 초고강도 대북 무력시위에 맞선 ‘보복성 군사행동’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평양 인근 산음동 병기공장의 미사일 반출 징후와 함경남도 신포 일대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준비 정황을 한미 군 당국은 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 본토 방향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쏘거나 신형 SLBM(북극성-3형)을 괌 앤더슨 기지 인근으로 발사하는 대형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8월 말 현지 시찰 과정에서 그 실체가 확인된 북극성-3형을 정상 각도로 쏴 3500km 이상 날려 보내 괌 기지의 기습 핵 타격력을 과시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 압박의 고삐를 최대한 조일 계획이다. 이달 중순 이지스함과 핵추진공격잠수함 등으로 이뤄진 로널드레이건 항모전단이 동해에 출동해 한국 해군과 탄도탄 요격 및 북한 잠수함 추격 훈련을 실시한다. 미 항모전단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까지 진출해 대북 무력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또 한미 방공부대는 최근 경기 포천 등 야외훈련장에서 유사시 북한 전투기와 헬기, 수송기 등을 탐색해 격추하는 단거리 방공 실기동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북한 특수부대가 탄 대남침투용 수송기 AN-2기의 기습침투 등 시나리오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어벤저 요격미사일과 한국군의 중·단거리 미사일로 타격하는 절차를 집중 점검했다. 정경두 합참의장(공군 대장)은 명절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와 최전방 일반전방초소(GOP) 대대를 찾아 북한군 동향을 지켜본 뒤 “적이 도발하면 강력히 응징하라”고 지시했다고 군은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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