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최고지도자 간 ‘말폭탄’ 전쟁 수위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까지 거론하더니 어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은 물론이고 북한에 다녀온 선박, 비행기의 미국 입항·입국을 제한하는 내용의 대북 금융·물류 봉쇄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김정은은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했다. 북한 외무상은 그것이 ‘태평양상에서 하는 역대급 수소탄 시험’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같은 북-미 ‘강(强) 대 강’ 대결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국 앞바다에 초대형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정밀폭격 같은 군사적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북한이 서울을 타깃으로 도발하면 한반도는 전쟁의 불바다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물론 갈등이 극한에 이르면서 어느 한쪽이 충돌 직전 급브레이크를 잡으면 대화 국면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떤 시나리오든 우리 정부로선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
자칫 한반도가 전화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으로선 미국에 무조건 동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북 비난을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대해선 국제사회도 싸늘한 분위기다. 미국에 바짝 밀착하며 ‘한국 왕따’를 조장하는 듯한 일본의 행태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에서 위기일수록 선택이 분명해야 한다. 지금은 무엇보다 한미동맹을 단단히 다지면서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바라는 대화 국면도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