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월급도 못주며 “회사가치 1조” 17억 투자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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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웅진그룹 회장 친척인데….”

2011년 5월 윤모 씨(47)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A 씨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어 윤 씨는 자신이 설립한 초등학생 대상 학습지 업체 T사가 “내년(2012년)에는 영업이익 400억 원을 달성하고 2년 후 회사 가치는 1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T사는 태블릿PC로 학습지를 배송하고 채점과 상담도 인터넷으로 해주는 ‘무(無)방문, 양방향’ 교육서비스 업체였다.

당시 T사는 심각한 자금난으로 콘텐츠 개발은커녕 직원들 월급 줄 형편도 안 됐다. 하지만 A 씨는 윤 씨가 대표적인 ‘스마트 학습지’ 기업 웅진 오너의 친척이라는 사실에 솔깃해 13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A 씨는 이듬해 T사가 여전히 매출 부진으로 허덕이자 윤 씨에게 “약속한 것과 다르다”며 항의했다. 윤 씨는 A 씨를 달래며 기존 사업과 방식은 똑같고 유치원생으로 매출 타깃만 바꾼 ‘스마트 유치원 사업’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A 씨는 손실을 만회하려고 T사에 또다시 4억 원을 투자했지만 결국 더 큰 손해를 보았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김양수)는 윤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윤 씨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6촌 동생으로 2000∼2008년 웅진그룹에서 자금 담당자로 근무하다 횡령 사실이 발각돼 감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사기#투자#웅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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