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서 독경하는 日 승려로봇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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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개발 글로벌 경쟁]임종산업에도 IT기술 접목

승복을 입은 인공지능(AI) 로봇 페퍼가 장례식 독경을 하고 있다. 여러 종파의 형식에 맞춰 독경과 설법을 할 수 있고 장례음악 연주도 가능하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승복을 입은 인공지능(AI) 로봇 페퍼가 장례식 독경을 하고 있다. 여러 종파의 형식에 맞춰 독경과 설법을 할 수 있고 장례음악 연주도 가능하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5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국제전시장 빅사이트.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검은색 승복을 입은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페퍼가 독경을 시작하자 주변에 모인 이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일제히 사진을 찍었다. 독경을 마친 페퍼는 몸을 돌려 설법을 시작했다. “행복에 대한 책을 산다고 그 사람이 바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웃던 사람들은 이내 진지하게 로봇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페퍼는 원하는 종파의 형식에 맞게 북을 두드리고 경전을 읽을 수 있다. 또 장례음악 연주, 조문객 접대도 가능하다. 로봇 독경 비용은 5만 엔(약 52만 원)으로 스님이 직접 할 경우의 비용(20만 엔 안팎)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날 ‘페퍼 도사(導師)’를 선보인 닛세이에코의 야마구치 아쓰시(山口篤志) 씨는 “상당수의 일본 사찰은 주지가 고령화되고 후계자도 못 구하고 있다”며 “여러 행사를 해야 할 때 로봇이 부(副)주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장례식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방명록을 쓰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 행사장에서는 23∼25일 임종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총망라한 엔딩산업전 2017이 열렸다.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40여 개 늘어난 320개 기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정보기술(IT) 등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업체들이 눈길을 끌었다.

묘비 등에 QR코드를 붙여놓고 이를 스캔하면 고인의 사진, 경력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도 인기였다. 서비스를 선보인 보다이주의 나카자와 가즈히로(中澤一洋) 대표는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디지털 방명록에 글을 남기면 등록된 가족들 모두에게 전송돼 방문 시점, 가져갈 물건 등을 조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달 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미 200건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

유골의 일부를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내는 서비스도 눈을 끌었다. 유골 1g 기준으로 로켓에 실어 우주에 잠깐 다녀오는 서비스는 48만6000엔(약 500만 원), 위성에 실어 최대 240년 동안 지구를 돌게 하는 서비스는 102만6000엔(약 1060만 원)이다.

인구 감소가 진행 중인 일본에서 임종 산업은 ‘숨겨진 성장 산업’으로 불린다. 연간 사망자 수가 20년 전에 비해 50%나 늘었기 때문이다. 고령자가 늘면서 ‘슈카쓰(終活·임종을 준비하는 활동)’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페퍼의 독경을 보던 후쿠다 긴지 씨(81)는 “내 장례식 때는 좀 곤란하겠지만 아이들의 주목을 끄는 것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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