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관계 ‘美손해·韓이익’이란 트럼프, 계산 잘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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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말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10억 달러 한국 부담’ 발언과 관련해 어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맹국 비용 분담에 대한 미 국민의 여망을 염두에 둔 일반적 맥락이었다”며 “한미동맹은 가장 강력한 혈맹이고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최우선 순위”라고 했다. 한국 내 파장을 일으킨 트럼프의 발언에 백악관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고 안도할 일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에도 “왜 우리가 사드 배치 비용을 내야 하느냐. 정중히 말하건대 비용을 한국이 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하인 안보보좌관이 뭐라고 했든 이것이 트럼프의 진심이다. 미국 대통령의 진심은 머지않아 구체적인 정책이 돼 우리에게 날아올 것이다. 아무리 과도정부라지만 ‘사드 합의 재확인’을 말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한심할 따름이다. 얼마 전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검토와 손질(review and reform)’을 말했을 때 재협상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던 산업통상자원부의 행태와 겹쳐 씁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10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한국을 사실상 공짜로 방어하고 있다”며 피를 나눈 ‘가치동맹’인 한미동맹을 ‘이익동맹’으로 격하하는 발상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여가 지났지만 인식은 그대로다. 트럼프의 뇌리에 박힌 인식은 하나하나 청구서가 돼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따져 보자. 한미동맹이 한국에만 이익이고 미국엔 손해인가.

한국은 공짜로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게 아니다. 매년 1조 원 가까운 방위비를 분담한다. 조세 감면, 수도·통신·전기 등 공공요금 감면, 도로·항만·공항 이용료, 철도 수송 지원 등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이 아니라 70∼80%를 대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조성에도 9조 원을 부담하고 있다.

그가 “끔찍하다”고 표현한 한미 FTA가 미국에도 도움이 됐다는 것은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도 인정했다. FTA 발효 5년간 양국 간 직접투자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으며 특히 한국의 대미 투자는 발효 전 대비 60% 이상 늘면서 미국 내에 1만7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삼성, LG, 현대차 등이 미국 직접투자를 약속했거나,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만 해도 한국이 사들인 9조 원대 무기의 90%가 미국제라는 것은 FTA 수지에도 잡히지 않는다.

일방적인 이익과 손해를 나누는 관계란 없다.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이 한미동맹을 발판으로 도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세계전략상 한국이 동북아에서 중요한 린치핀(linchpin·핵심축)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은 미 당국자들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가치와 손익을 철저히 따져 보고 발언을 신중히 했으면 한다.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웃을 사람은 북한 김정은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도널드 트럼프#사드#사드 합의 재확인#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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