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지위 재확인을 통한 1인 지배체제 강화, 올해 경제성장률 6.5% 설정으로 본격적인 중저속 성장시대 개막, 국방비 증가율 7%로 ‘표면적 저자세 속’ 실질 국방력 강화.
5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개막으로 시작된 중국의 올해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대)의 핵심 키워드는 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 ‘시핵심’ 강화로 2기 집권 체제 기반 강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지난 한해 준엄한 도전이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의 강력한 지도 아래 난관을 박차고 분발 정진해 경제와 사회가 지속해서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는 1시간 30여 분간의 업무 보고 중 첫 구절이다.
리 총리는 이어 “18기 6중 전회에서는 시 총서기의 핵심적 지위를 공식 확정해 당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구현했다”고 언급하는 등 이날 보고에서 여섯 차례 ‘시 핵심’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 전회)에서 ‘핵심’ 지위를 부여받았다. 지금까지 핵심 칭호가 부여된 지도자는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3명에 불과하다.
앞서 3일 개막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업무 보고에서 위정성(兪正聲) 정협 주석도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한 당중앙의 지도’라고 보고를 시작하며 시핵심 표현을 3차례 이상 언급했다. 올해 11월 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1인 지배체제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는 시 주석은 이번 양회에서 자신의 ‘핵심 지위’를 여러 문건을 통해 대외에 공표하고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밍(明)보는 4일 “시 주석이 3일 정협 보고에서는 바로 옆에 앉은 리 총리와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1시간 반가량의 행사가 끝난 후 바로 퇴장했다”고 권력투쟁에 따른 긴장감을 전했다.
● ‘7% 성장 목표도 접은 중저속 성장시대’
리 총리는 5일 공작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로 하되 가능하면 더 높이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 6.5~7.0%에 비해 낮아진 것이자 ‘바오치(7%대 성장률 유지)’도 포기한 것이다. 지난해 실제 성장률은 6.7%로 26년 만에 최저치였다. 중국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 시대를 이어갈 수 없음을 선언한 것으로 더 이상 중국이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공급 측 개혁 등을 통해 중저속 성장하의 중국판 뉴노멀(New normal)인 신창타이(新常態)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이 추진하는 공급 측 개혁의 주요 내용은 과잉공급 해소와 금융위험 완화, 부동산 시장 과열억제, 제조업 회생 등이다. 이와 관련해 공작보고는 지난해 ‘3거1강1보(三去一降一褓)’를 집중적으로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잉생산능력, 재고, 차입’ 등 3가지 제거하고, 조세 보험금 전기요금 등의 비용을 낮추며, 기업 등의 각종 취약점을 보강하는 것이다.
그 동안 리 총리는 시장 경제 메카니즘에 의한 구조조정과 성장 위주의 전략을 추구해 온 반면 시 주석은 공급 개혁과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을 내세웠다. 대형 국유기업의 경우 리 총리가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시 주석은 대형 국유기업도 살려서 기관차로 삼아야 한다는 식이다.
이번 공작보고에서 리 총리가 공급 측 개혁 위주의 시 주석의 경제 발전 전략을 따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시 주석이 정치 외교 군사는 물론 경제 분야도 주도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리 총리의 입지도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보호주의에 이어 제 2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7%대 성장 포기로 세계 경제가 올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작년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는 33.2%였다.
● ‘국방비 증가율 7%, 3년 연속 증가율 하락 왜?’
매년 중국의 국방예산의 규모와 증가율은 전국인대 개막에 맞춰 배포되는 한해 예산 계획에서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4일 푸잉(傅瑩) 전국인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푸 대변인은 “올해 국방비 예산 증가 폭은 7% 안팎이 될 것으로 이는 전체 국내 총생산(GDP)의 1.3% 수준이며 최근 몇 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3년 연속 증가율이 감소세이자 지난해에 이어 두 해째 한 자리수 성장률이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 국방비는 지난해 9543억5000만 위안보다 668억 위안(약 11조 2000억 원) 늘어난 1조211억 위안(약 171조 2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넘어선다. 7%가량의 증가폭은 1988년(3.8%)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다.
미국은 최근 내년 국방비 예산을 역대 최고치인 10% 늘어난 6030억 달러(약 684조 1035억 원)로 책정해 중국도 두 자리 성장 여론이 있었으나 ‘낮은 자세’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국방비에 연구·개발 및 장비 수입 관련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중국 국방예산은 공개액의 1.3~2배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대규모 군비 증액을 통해 한반도 주변의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에 대응하는 한편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다. 중국이 국방비 증가폭을 줄인 데는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높아지는 ‘중국 위협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푸 대변인은 국방비 증가율 발표에서 “세계에 많은 충돌, 전쟁이 있고, 인명 재산 손실, 난민 발생 등의 일이 있으나 중국이 일으킨 일이 하나라도 있느냐”며 중국의 평화적인 군사 굴기를 강조했다. 중국군이 정예화, 현대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해 방대한 군비 증액이 필요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비역 소장인 쉬광위(徐光裕) 중국 군축·감군협회 고문은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줄여야 하지만 수량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