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檢 통화서 본인-朴대통령 수사정보 빼냈을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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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檢수뇌부 통화]특검 “검찰, 석연찮은 수사”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지난해 7∼10월 법무부와 검찰의 검사들과 수백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기록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58)과 20여 차례,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56)와 3차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과 1차례 통화한 게 포함돼 있다. 이들을 포함해 우 전 수석이 통화한 검사들은 대부분 평검사가 아니라 검사장 이상 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해 우 전 수석을 수사한 검찰이 바로 이런 사실에 부담을 느껴 같은 기간의 우 전 수석 통화 기록을 분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같은 해 7월 이전 특정 시점의 통화 기록만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한 시점은 7월 이후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일부 검사는 통화 기록 전체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셀프 수사’ 비판에도 검사들과 통화

우 전 수석은 지난해 현직 민정수석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셀프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자신의 수사와 관련한 정보와 의견을 검찰 수뇌부와 주고받으면서 수사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였다. 사실로 확인된 의혹은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지난해 8월 16일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MBC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의 ‘우 수석 감찰’ 누설 의혹을 처음 보도한 직후였다. 또 김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건 같은 해 8월 18일은 이 전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을 횡령 등의 혐의로 대검에 수사 의뢰를 한 날이다. 우 전 수석은 같은 해 8월 23일 다시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20분가량 통화했다. 이날 자신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이 출범했다.

우 전 수석은 같은 해 10월 18일에도 김 차장검사와 통화를 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팀이 우 전 수석의 처가 땅을 차명 보유한 이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게다가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24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온 다음 날 이 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당시 청와대에서 다른 수석비서관들과 태블릿PC 보도 대응 방안을 논의하다 이 지검장과 통화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한 상세한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당시 회의 중 누군가와 통화를 한 뒤 ‘태블릿PC가 검찰에 제출됐다. 태블릿PC에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말씀 자료가 들어 있고, 검찰이 이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특검은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우 전 수석이 검찰 간부들과 통화를 하며 자신과 관련된 수사나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국정 농단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의미 있는 통화 아니었다” 주장

2일 김 총장은 우 전 수석과의 통화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동아일보 취재진의 질문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지난해 7월 말 당시 진경준 검사장을 구속 기소했고, 그래서 검찰 개혁 이슈가 있었다. 그런 얘기들을 나눴다”고 해명했다.

김 차장검사도 대검 관계자를 통해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 우 전 수석과 통화를 한 것 같다”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 총장은 우 전 수석이 검찰에 자신을 수사하는 팀이 구성된 데 대해 항의를 했는지, 자신의 수사 관련 문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과 우 전 수석 통화 내용에 대해 “인사나 출장과 관련해 논의한 것이다. 친분이 있는 관계자들끼리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것일 뿐 의미 있는 대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스스로 우 전 수석과 검찰 수뇌부 간의 통화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통화 사실은 우 전 수석의 검찰 장악력이 얼마나 공고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고, 바른정당은 논평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철저한 수사만이 검찰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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