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대黨 관례적 교류 차원” 안이했던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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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까워지는 北-中

김정은, 체육기자재공장 방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체육기자재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2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언제 방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체육기자재공장 방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체육기자재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2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언제 방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던 1일 오후 4시 10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전달받던 시 주석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3년 전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냉랭한 표정으로 맞이할 때와는 달랐다. 그동안 한국이 공들여왔던 한국 미국 중국 간 대북 공조가 흐트러지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간 박근혜 대통령은 케냐 나이로비를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향하고 있었다. 한국이 북한의 우방국인 아프리카 3개국을 만나는 동안 북한은 제재의 핵심 고리인 중국의 손을 잡음으로써 북한 고립 작전에 대한 무력화를 시도했다.

중국은 북한이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북한 껴안기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응은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용이 중국으로 떠난 지난달 31일 외교부·통일부 당국자는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당 대 당 차원의 관례적 교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수용 방중 사실도 사전 통보를 받았다고 간접적으로 시사하면서 북-중 관계가 급격히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일 중국 신화통신과 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면담 분위기는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두 매체는 “중국과 조선(북)이 우애를 발전시키고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지키자”는 내용의 대화를 했다고 함께 보도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악화 일로를 걷던 북-중 관계에도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 매체는 “새로운(경제-핵) 병진 노선은 추호도 변함없다”고 당당히 주장했다. 중국 매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관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우회적으로 보도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각각 입장을 언급했으나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아니라는 뜻”이라며 “중국이 미국 중심의 동북아 구도를 바꾸기 위해 북한을 끌어안는 베팅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중조(中朝·중-북)우호는 한반도 국면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참여한 상황에서 중조 관계가 대립으로 가고 나아가 동북아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다수의 세력이 있다”며 “이는 중조 모두에 불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방중은 북-중 관계 회복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용의 방중이 김정은 방중의 길 닦기가 된다면 한국의 북핵 외교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명확해지면서 한국 외교가 움직일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던 박 대통령의 대중 외교를 재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대북 정책은 늘 ‘미국 팩터’에 의해 결정된다”며 “주요 2개국(G2) 간 갈등 관리에 따라 북-중-러 삼각동맹 복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핵에 관한 전향적인 입장 표명 없이 김정은의 방중이 성사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다만 비핵화라는 목표로 나아가려면 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국 입장이므로 한미일이 주도하던 국면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이날 이수용이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북한은 고위급 인사 교류 및 신압록강대교 개통,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건설 인프라 협력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북한#중국#교류#이수용#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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