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美-中 패권다툼에 금간 北核공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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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美포위에 반발해 北껴안기… 美는 中 겨냥 ‘北 자금세탁국’ 지정
中 “특정국 독자제재 반대” 재반격… 6, 7일 양국 전략대화서 충돌 예고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이후 공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던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로 다시 첨예하게 맞서면서 동북아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2월 통과된 미 의회의 대북제재강화법(HR757) 후속 조치의 하나로 1일(현지 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처음 지정한 것은 북한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감싸 안으려는 중국을 향한 공개 경고장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과의 달러 거래를 단절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효력을 낼 수 있는 조항도 담고 있다.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하면서 북-중 관계 복원을 시도하자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금융기관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조치를 꺼낸 것이다.

미 정부는 두 달여 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키로 하고 발표 시기만을 고르고 있었다. 워싱턴 소식통은 “백악관은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줄 시점을 기다리다가 시 주석의 이수용 면담 직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고 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그 어떤 국가가 자신의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미중은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긴장 수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일환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지속해왔다. 시 주석이 이 부위원장 일행을 면담한 것도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수용의 방중은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며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를 완화시킬 틈새를 찾으려 했고 중국은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이 깨졌다고 보고 ‘북한 껴안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은 3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릴 15회 샹그릴라 대화와 6, 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8차 미중 전략대화에서 다시 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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