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국제적 돈줄’ 막는 것도 한국은 시진핑 눈치 보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0시 00분


코멘트
미국이 1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북한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들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도 규제한다. 북이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 국제금융거래를 해왔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중국 금융기관들도 북과 거래를 끊지 않으면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과의 거래를 금지시키겠다는 의미다.

실효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내에선 금융 제재에서 ‘핵 옵션’을 사용한 것과 같다는 평가도 있다. 이란의 핵 협상을 이끌어낸 것과 같은 방식의 압박이어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의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인 직후 미국이 발표한 초강경 제재여서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시도에 급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2005년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북한의 자금세탁 우려 은행으로 지정하자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BDA와 거래를 끊었다. 북은 그 후 조세회피처 등 여러 나라에 금융 제재 회피 통로를 교묘하게 구축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타격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협조할지, 미국이 엄포에 그치지 않고 중국 금융기관들을 과연 제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미중은 6∼8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양국 전략·경제대화에서 대북 제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북핵은 우리에겐 존망이 걸린 문제이지만 미중으로선 세계전략 차원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카드 중 하나다. 글로벌 패권 경쟁에 따라 북의 숨통을 바짝 조이려는 미국과 질식사는 막겠다는 중국의 해법 중 한쪽이 힘을 얻고 이로 인해 한반도의 운명도 달라질 판이다.

한국과 미국은 오늘 서울에서 재무장관회의를 갖고 한국의 동참 문제를 논의한다. 정부 일각에선 ‘첫 번째 제재 동참국’이 될 경우 중국이 반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시진핑-이수용 면담에 허를 찔리고도 중국 눈치를 봐야 한단 말인가. 당사자인 우리가 미적거리면서 국제사회가 북 돈줄 죄기에 나설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결연하게 제재에 동참해야 마땅하다.
#미국#북한#시진핑#중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