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문도 해야”… 증오심 부추기는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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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응, 美대선 이슈로

수니파 과격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벨기에 브뤼셀 테러 여파가 미국 대선에까지 이르고 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테러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미국의 역할과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한동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공화당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한시적인 국경 폐쇄 가능성과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서류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불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테러 정보를 미리 캐내려면 정부는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도 좋다. 나는 그 이상의 것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NBC 뉴스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트럼프를 겨냥했다. 물고문에 대해서도 “우리의 가치에 맞게 일해야 하는데 트럼프의 발언은 테러범을 (흥분시켜 테러 조직원을) 공개 모집하는 (구인) 포스터와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공격은 테러리즘과 과격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을 물리치고 동반자들과 함께 서려는 우리의 결의를 더욱 굳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지난해 파리 테러 후 과격한 주장으로 지지율이 오른 트럼프가 다시 이슈를 선점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연구위원은 이날 논평에서 “공포 분위기 속에서는 트럼프의 권위적, 일방적 접근법이 호소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크루즈는 “급진 이슬람이 우리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샌더스는 “국제사회가 단합해 IS를 파괴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유럽 극우 정당들도 트럼프와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프랑스 국민전선 당수 마린 르펜은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을 당장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독립당도 논평에서 “이번 참사는 유럽연합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 느슨한 국경 통제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미 정부는 워싱턴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주요 대도시에서 순찰을 강화하며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비했다. 제이 존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예방 차원에서 교통안전국(TSA)이 미국 내 주요 도시의 공항과 철도역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벨기에 테러와) 유사한 공격을 미국 안에서 행하려는 음모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은 이번 공격을 감행한 테러범들을 심판하고 우리 국민을 위협한 자들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is#브뤼셀테러#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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