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다른 조치 필요”… 도발에 쓰는 김정은 달러박스 봉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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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 중단]
통치자금 정조준… 北 정권 영향은

“가동 중단”… 입술 부르튼 통일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밤늦게 대책회의를 해온 홍 장관의 입술 윗부분이 부르터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가동 중단”… 입술 부르튼 통일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밤늦게 대책회의를 해온 홍 장관의 입술 윗부분이 부르터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재 조치가 북한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홍 장관은 “북핵,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와 차원이 다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달러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2004년 개성공단 가동 시작부터 북한에 들어간 달러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개성공단 중단 카드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의 하나로 김정은에게 작용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김정은 체제에 상당히 위협적인 조치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불법 무기 외화벌이의 10분의 1 평양행 차단

정부 당국자는 “매년 북한이 불법 무기, 해외 근로자 파견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달러가 10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 해 임금 등으로 약 1억2000만 달러가 평양으로 들어가는 개성공단은 상당한 비중의 달러 수입원”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에게 개성공단이 ‘달러 박스’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간 현금이 김정은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간다고 추정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북한의 수출액은 31억6000만 달러, 수입은 44억5000만 달러였다. 무역적자를 불법 무기 판매 등을 통해 보충하는 김정은으로서는 적자액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이 뼈아플 수 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개발 등에 들인 돈이 약 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했다.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달러가 모두 핵·미사일 개발에 악용됐다면 그동안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비용의 약 6분의 1을 개성공단에서 확보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도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가 핵·미사일에 쓰였다는 우려는 있으나 얼마가 들어갔는지 확인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한 해 수출입(무역) 규모(76억 달러)와 비교하면 1.6% 정도로 김정은 체제에 주는 고통이 기대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 북한 “개성공단 임금 안 주면 고통”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북한 근로자의 임금 명목으로 북한 세무서에 달러 뭉치를 현금으로 건넨다. 현재 북한 측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약 160달러. 정작 달러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다. 우선 임금 중 30%를 사회문화시책금 명목으로 국가에 떼인다. 나머지 역시 달러가 아니라 쌀 콩기름 의류 등으로 바꿀 수 있는 물자공급카드로 받는다. 정부 당국자는 “임금 명목으로 준 달러는 모두 평양으로 간다”고 말했다.

외화난을 겪는 북한은 개성공단 임금 협상 때 돈을 더 받아내려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문제로 남북이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정부 방침에 따라 입주 기업 일부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자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남측 관계자에게 “북한 근로자들이 임금을 못 받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고충을 돌려 말한 것으로 소식통은 해석했다.

○ 일자리 잃은 주민 불만 확산을 더 두려워할 수도

다른 당국자는 “개성의 북한 측 근로자들이 집단 해고를 당하는 셈”이라며 “이로 인해 생계에 타격을 받은 주민들의 불만이 불길처럼 확산되는 걸 북한이 더 두려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측 근로자는 5만여 명에 달한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개성 주민 약 20만 명이 개성공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 측 근로자들은 임금 대신 받은 물자공급카드와 북한 돈으로 시장 가격보다 훨씬 싼 국정 가격에 생필품을 사 왔다. 공단 가동 중단은 이런 혜택이 모두 사라져 북한 측 근로자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은 의외로 개성공단 북한 측 근로자들의 불만에 신경을 많이 써 왔다”고 말했다.

○ 단전 단수하면 개성 주민에 직격탄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2013년 9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정부는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 때는 단전 단수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는 만큼 단전 단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10만 kW 규모로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던 송전망 가동을 중단하면 개성공단에 있던 정수장도 작동을 멈추게 돼 개성 주민들이 식수난에 직면한다. 개성공단은 공단 인근 월고저수지의 물을 정수해 하루 6만 t의 용수를 생산하고 이 중 1만5000t을 개성 주민에게 식수로 공급해 왔다.

지난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생산액은 북한에 들어간 1억2000만 달러보다 많은 5억1549만 달러에 달한다. 정부 당국자는 “공단 가동 중단은 기존의 방식으로 김정은 체제를 바꿀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개성공단#김정은#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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