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美 대선]“아이오와의 진짜 승자는 루비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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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주류세력의 새 희망”… 대선후보 가능성 1위로 껑충
경선포기 후보들도 잇단 지지

‘마코멘텀(Marcomentum)을 살리자.’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3등을 하고도 ‘최대 승자’라는 평가를 받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플로리다). 그가 3일 자신의 이름과 ‘momentum(여세)’을 합성한 신조어를 선거 구호로 내세웠다. 아이오와 선전(善戰)의 여세를 몰아 당내 경선, 나아가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확실히 탄력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1등 한 것보다 도널드 트럼프가 가라앉고 루비오가 떠오른 사실이 더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루비오가 아이오와를 계기로 정치자금 기부자들과 유권자들의 지지 흐름을 자기 쪽으로 돌려놓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루비오가 공화당 주류 세력에 희망의 신호를 보냈다”고 논평했다.

경선 포기를 선언하는 군소 후보들의 지지세도 루비오 의원에게 모아지는 분위기다. 3일 경선 포기를 선언한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11위·1%)은 “전통적 가족의 중요성을 알고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이해하는 후보이자 타고난 리더”라며 루비오를 공개 지지했다. 미 언론은 “같은 날 경선을 포기한 랜드 폴 켄터키 상원의원(5위·4.5%)의 지지자들도 루비오 쪽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하원의원의 공개 지지를 1점, 상원의원의 지지를 5점으로 계산해서 ‘승인(endorsement) 지수’를 발표하는 한 정치 사이트는 “루비오 의원이 3일 58점을 얻으면서 1위 주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51점)를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정치 베팅 사이트인 프레딕트와이즈도 “루비오의 대선 후보 지명 가능성이 아이오와 코커스 전 33%에서 54%로 치솟아 트럼프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의 승리 확률은 51%에서 25%로 급락했다.

루비오의 급부상이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그의 정치적 멘토였던 젭 부시다. 미 언론은 “당내 주류 인사들은 아이오와에서 6위(2.8%)에 그친 부시도 경선을 포기하고 루비오 지지를 선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억3300만 달러(약 1600억 원)의 선거 자금을 모은 그는 “트럼프는 악덕 사업가이고, 크루즈와 루비오는 초짜 상원의원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중도 포기 대신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 햇병아리인 루비오가 급부상한 비결은 본선 경쟁력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이길 수 있는 후보로 평가받아 왔다. NYT는 “클린턴 캠프와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 ‘마코 루비오가 나를 겁나게 해요’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비오의 클린턴 공격 포인트는 “클린턴은 20세기 사람이고 나는 21세기 정치인이다. 과거(인물)는 이미 끝났다(Yesterday is over)”이다. 루비오 의원이 쿠바계 이민자 집안 출신이어서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히스패닉 지지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본선 경쟁력을 높인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황인찬 기자
#미국#대선#루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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