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모총장 부인이 헬기 선정 압력넣는 나라가 정상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0시 00분


코멘트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해상 작전 헬기인 와일드 캣(AW-159) 도입 비리와 관련해 뇌물수수 및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전역한 지 두 달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해군 참모총장 시절인 2012년 실물 평가도 하지 않은 영국산 와일드 캣이 작전 요구 성능을 충족시킨 것처럼 허위 시험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군 전력기획참모부장 박모 소장에게 지시한 혐의다. 합참의장이던 2014년 아들의 사업 자금 명목으로 와일드 캣 도입을 중개한 무기중개업체 대표 함모 씨에게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과정에 최 전 의장의 부인 김모 씨까지 끼어들었다니 충격적이다.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김 씨는 최 전 의장에게 함 씨 사업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고 박 소장에게도 직접 “미국 것은 절대 안 돼. 총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해”라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해군 참모총장의 부인이 해군 소장에게 무기 도입 지시를 하는 판이니 군의 기강이 말이 아니다. 김 씨는 와일드 캣이 선정되자 “함 씨가 인사할 것인데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주변에 했다고 한다. 김 씨는 남편의 승낙을 얻어 함 씨로부터 2억 원 상당을 무직인 아들의 사업 자금 명목으로 받기로 하고 작년 9월 먼저 2000만 원을 받았다. 이 돈은 사실상 최 전 의장에게 제공한 뇌물이라고 합수단은 판단했다. 군 최고위 인사의 부인이 남편을 등에 업고 활개 친 부창부수(夫唱婦隨)의 비리는 무기 도입 과정이 얼마나 복마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은 아들 회사를 통해 STX 측으로부터 7억7000만 원을 받았다가 8월 1심에서 징역 10년, 아들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번에 불구속 기소된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장은 아들이 유학 자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함 씨에게서 받게 했고, 이와 별도로 3200만 원을 제공받았다. 방산업체들이 이같이 군 고위 간부의 가족, 친척을 통한 우회 로비를 하고 있다면 얼마나 적발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합수단은 1조 원 가까운 방산 비리를 적발해 군인과 민간인 74명을 기소했다. 장성급 11명(현역 1명, 예비역 10명), 영관급 30명(현역 13명, 예비역 17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방산 비리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릴 뿐 아니라 장병들이 부실한 장비에 목숨을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이적 행위로 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
#참모총장#헬기#비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