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의장석에 있는 김형오에 전화해 법안 관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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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국회의장 충돌]대통령-의장 ‘직권상정 갈등史’
YS-DJ는 이만섭 소신 못꺾어

대통령과 여당 출신 국회의장 간 직권상정을 둘러싼 충돌은 역대 국회에서도 종종 벌어졌다. 입법부 수장의 고유 권한인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은 야당의 반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최후의 해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첫해인 2008년 말 친이(친이명박)계는 직권상정을 주저하는 김형오 의장을 ‘스타일리스트’라고 몰아붙였다. 손에 흙을 안 묻히고 정치적 멋만 부린다는 힐난이었다. 하지만 김 의장 측은 “지도부는 마치 직권상정이 손안에 든 카드인 것처럼 행동한다”며 섭섭해했다.

2009년 12월 31일에는 당시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 의장석에 있던 김형오 의장에게 직접 전화해 “연내 예산안 처리해야 한다, 노동법이 걱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완곡하게 “좀 더 논의를 해보고 결론 내리겠다”고 답했다.

이후 당시 노동법의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의 중재안이 통과됐는데도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자 김 의장은 고심 끝에 직권상정을 결정했다. 김 의장은 “가만 놔둬서는 논의도 안 되고 다른 해법이 없고 직권상정해서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야당이나중에 대통령과의 통화를 문제 삼자 “독단적 결단”이었다고 해명해야 했다.

두 차례 국회의장을 지낸 고 이만섭 전 의장은 ‘날치기는 안 된다’는 소신으로 직권상정을 종용하는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종종 ‘맞짱’을 뜨곤 했다. 1993년 YS는 “야당 총재 시절 그렇게 날치기를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이 전 의장의 설득에 “지금은 문민정부인 만큼 법은 꼭 지켜야 한다”며 예산안 법정 기일(12월 2일) 내 통과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2000년 이 전 의장은 공동 여당인 자유민주연합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의 날치기 처리에 반대했다. 이에 DJ는 의장 공관으로 전화해 “법대로 표결해서 다수결 원칙을 지켜야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은 “국회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절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청와대#국회의장#직권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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