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위장 침투 현실로… “포용정책 재검토” 문 잠그는 유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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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파리 동시다발 테러]테러범 7명 사망… 1명 난민입국

프랑스 파리 테러범들의 신분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숨진 7명 중 1명은 파리 근교에 살던 무슬림 출신 청년이며 시리아 국적의 다른 한 명은 지난달 난민들 사이에 뒤섞여 그리스 땅을 밟은 뒤 파리로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즉, 프랑스 내부에서 자라난 자생적 테러리스트와 이슬람국가(IS)가 파견한 테러범이 서로 공모해 동시다발 테러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유럽 각국이 우려했던 ‘테러분자의 난민 위장 입국’이 현실화하면서 일부 국가가 다시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등 난민 포용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 드러나는 테러범들의 신원

프랑스 조사 당국은 15일(현지 시간) 바타클랑 극장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은 파리에서 남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외곽에서 살던 알제리계 무슬림인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라는 29세 청년이라고 발표했다. 당국은 테러범들이 자폭했던 극장 콘서트홀에서 잘려진 손가락으로 모스테파이를 테러범으로 특정했다.

모스테파이는 8차례의 범죄 전과가 있지만 수감 경력은 없다. 당국의 조사를 받은 그의 형은 “동생과 수년째 연락이 되지 않았는데, 그가 2010년경부터 극단적 이슬람 추종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당국은 그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몇 달간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가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극장에서 자폭한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이 모스테파이의 또 다른 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축구 경기가 벌어지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외부에서 자폭한 범인은 시리아 난민 출신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달 2일 여러 난민과 함께 그리스 레로스 섬에 도착해 ‘아마드 알모하마드’라는 이름으로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경기장 테러범의 지문과 이 여권의 지문이 일치한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난민으로 위장 입국한 테러범이 모스테파이와 같은 이민자 출신의 프랑스 국내 자생적 테러리스트들과 합작해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서로 만나 테러 장소 선정과 실행 방식, 무기와 차량 보장 등 세세한 부분에서 협업했다. 당국은 벨기에에 숨어든 IS 조직도 이번 사건에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바타클랑 극장에 범인들이 타고 온 검은색 폴크스바겐 폴로 승용차가 벨기에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남성이 빌린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당국은 사건 직후 파리 외곽에서 테러범이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승용차를 발견했다. 차에는 AK 자동소총 3정이 버려져 있었다. 범행 차량이 테러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은 테러범 일부가 살아서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벨기에 당국은 테러 발생 직후 사건 용의자 7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들이 어떤 행위에 가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유럽의 문 도로 닫히나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이번 파리 테러로 9월 시리아 출신 세 살배기 어린이 알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이 공개되면서 대폭 열렸던 유럽의 난민 수용 문이 다시 닫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폴란드의 콘라트 지만스키 EU 담당 장관은 14일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파리 참사 이후 EU 집행위원회의 난민과 이민자 재배치 계획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난민 수용에 비교적 적극적이던 독일도 입장이 바뀌고 있다. 기독사회당(CSU)의 당수를 지냈던 마르쿠스 죄더 의원은 트위터에 “파리 테러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이제는 불법적인, 통제되지 않는 난민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시리아 난민 1만 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미국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경선 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등은 성명을 통해 “미국에 IS 요원이 침투할 수 있는 난민 수용 계획에 대해 즉각 중단 선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은 수십 년 동안 유럽 통합의 상징과 같은 ‘솅겐조약’(국경 통행 조약)에 따라 육로의 국경 통과가 자유롭고 검문이나 경비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번 테러 다음 날부터 이를 무시하고 일제히 차량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is#파리#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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