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KFX 날개도 펴기 전에 ‘난기류’… “플랜B 가동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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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 논란의 전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인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끝날 것인가.’

우리 고유의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전망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올 4월 미국이 이 사업에 필요한 4개의 핵심 항공전자 기술 이전을 거부한 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관련 기술의 90%를 확보했다며 이례적으로 장비까지 공개하고 나섰다. ADD는 기한인 2025년 안에 핵심 장비를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기술력을 해외 선진국에서 이전받는 부분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KFX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우리 군의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인 공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선진국에 대한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조선 등 기존 수출 효자 산업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우주 산업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투자 가치도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KFX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한 기술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발에 차질을 빚을 경우에 대한 ‘플랜B’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된 F-4, F-5 전투기를 교체하는 KFX 사업


KFX 사업은 2025년까지 약 8조1000억 원을 투자해 우리 고유의 국산 전투기를 만드는 사업이다. 개발된 전투기는 먼저 120대를 양산해 노후한 우리 공군의 F-4, F-5 전투기 100여 대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양산비용까지 합치면 총 18조 원가량으로 한국의 역대 단일 무기 도입사업 중 최대 규모다.

8조1000억 원의 개발비용은 정부와 국내 민간 개발업체,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각각 60% 대 20% 대 20%의 비율로 분담한다. 국내 민간 업체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정부와의 개발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KFX는 F-4 및 F-5 전투기를 대체한다. 통상 공군 전력은 ‘고급-중급-하급’으로 나눠서 운용한다. 우리 공군은 현재 고급 전력으로 F-15K, 중급은 KF-16과 F-4, 하급으로 첫 국산 전투기인 FA-50과 F-5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 업체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스텔스 전투기 F-35A가 2018년부터 들어오고 KFX가 만들어지면 고급은 F-35A와 F-15K, 중급은 KF-16과 KFX, 하급은 FA-50으로 재편된다.

국회에서 이 사업에 대한 예산을 승인한 것은 지난해였지만 사업에 대한 논의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처음으로 국산 전투기 개발을 언급했다. 이후 13년간 과연 우리가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7차례나 기술 검토를 했고 2013년 당시 추진하고 있던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 선정된 해외 업체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다는 전제하에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

하지만 KFX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큰 암초에 부딪쳤다. 올 4월 미국 정부가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한 것. 이 기술은 전투기의 4개 핵심 항공전자 장비를 서로 충돌 없이 통합하는 것으로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과 바퀴구동을 페달로 이어지게 하는 관련 센서를 만드는 기술이다.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가 올 9월 국정감사에서 불거지면서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다.

핵심기술 이전 거부를 놓고 벌어진 논란의 핵심은 보잉의 F-15SE가 아닌 록히드마틴의 F-35A로 기종을 바꿨던 결정 탓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점이다. 2013년 9월 당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세 후보 기종 중 단독 후보로 선정됐던 F-15SE를 부결시키고 이후 F-35A를 사업 기종으로 최종 결정했다. 미래 안보환경에서 스텔스 기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기술 이전에 호의적이었던 보잉 대신에 록히드마틴을 선택한 탓에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로 이어졌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제까지 미국 정부가 핵심 4대 기술 이전을 한 번도 승인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하나의 논란은 당시 방사청과 국방부가 기술 이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설명했느냐는 것이다. 방사청 내부적으로는 이 기술을 미국으로부터 이전받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지만 2013년 당시에는 이 문제와 그에 따른 보완책을 제대로 대외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KFX 기술 개발 어디까지 왔나

현재 이 사업에서 핵심으로 거론되는 기술은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주요 4개 항전장비의 통합 기술과 함께 4개 장비의 개발 기술이다. 4개 장비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및 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 TGP), 전자파 방해 장비(RF Jammer) 등이다.

모두 전투기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전투기의 눈에 해당하는 AESA 레이더다. 동시에 여러 개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이 레이더는 탐지거리도 최대 500km로 기존 레이더의 2배 이상이다. IRST는 적외선 신호로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고 EO TGP는 표적의 3차원 영상정보를 확보하고 영상추적 유도미사일 및 레이저 유도폭탄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RF Jammer는 상대 항전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전자파를 쏘는 장비다. 이들 장비 중 AESA 레이더를 제외한 3개 장비는 함정용이나 항공기용으로 개발을 마치고 KFX의 사양에 맞게 소형·경량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로부터 기술 이전이 필요한 부분은 AESA 레이더와 장비 통합 기술이다. 전투기의 뇌에 해당하는 미션 컴퓨터에서 한눈에 모든 장비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전투기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AESA 레이더는 현재 ADD가 75∼80%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현재 방사청과 ADD는 유럽 및 이스라엘 업체로부터 해당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 당초 개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 고유의 플랫폼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만든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손쉬운 전력 보강이다. 외국에서 들여온 전투기의 경우 달려 있는 무기 하나를 바꾸려도 해도 일일이 시스템을 교체해야 하고 거기에 막대한 예산을 써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자유롭게 우리가 개발한 무기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 1개를 교체하려고 해도 해외에서 도입한 무기의 경우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도입한 KF-16뿐 아니라 다른 해외 무기도 성능을 개량하거나 통합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은 사실상 생산 국가에서 부르는 게 값인 실정이다.

반면에 우리가 개발한 K-9 자주포의 경우 작은 문제도 바로 해결한 사례가 있다. 조종석에 있는 병사가 포신이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고 문을 열고 나왔다가 포신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생산업체였던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은 조종석 문을 열면 자동으로 포신이 멈추는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때문에 KFX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개발의 단계마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고, 차질을 빚을 경우를 대비한 구체적인 ‘플랜B’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은 현재 도입한 지 30년이 넘은 F-4, F-5 전투기를 제때 교체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력공백 문제를 막기 위해 FA-50을 추가로 도입하거나 일시적으로 해외에서 전투기를 임차해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DD는 2025년 예정된 개발완료 시점까지 두 차례의 중간 점검을 거치고 기한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 초기 생산물량은 해외에서 바로 기술과 장비를 도입해 만든 뒤 장기적으로 국산 개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한국형 전투기#kf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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