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銀서 20년 전과 똑 닮은 지폐 도난사건 벌어졌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은행 부산본부 지폐 분류장에서 16일 외주업체 직원이 5000만 원을 훔쳐 나가 자신의 집에 숨겼다가 뒤늦게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한은은 매일 시중은행으로부터 손상된 화폐를 받아 재사용할 수 있는 돈과 폐기할 돈을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자동정사기(화폐 재분류기) 보수 용역업체 직원 정모 씨는 5만 원권 1000장을 서류 봉투에 담아 집에 가져다 놓고 다시 돌아오는 동안 아무런 점검도 받지 않았다.

한은은 당일 오후 정산과정 중 돈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하고 정 씨의 범행을 확인해 돈을 회수했다고 밝혔지만 중앙은행의 기본적 책무인 화폐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음이 드러났다. 1995년에도 한은 부산지점에서 낡은 지폐를 골라내 폐기처분하는 업무 중 직원이 현금을 빼돌리고 한은이 1년 이상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당시 김명호 한은 총재가 중도 퇴진했다. 이후 한은은 자동정사실 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지폐검사 작업에 별도의 감시 직원을 배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결국 같은 곳에서 비슷한 지폐 도난사건이 또 일어난 것이다.

한은 부산본부가 “이중삼중의 사고예방 절차를 시행한다”면서도 “작업장을 출입하는 직원에 대해 매번 몸수색을 하진 못한다”고 말한 것은 구차한 변명이다. 한은의 감독 소홀을 틈타 현금 출납업무와 무관한 용역업체 직원이 현금을 직접 담아 한은을 빠져나올 만큼 보안이 허술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부산의 지폐 분류장에서 발생한 작업절차와 매뉴얼은 본점과 지역본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사건 발생 후 특별감사에 착수하고 화폐 재분류 업무절차도 다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화폐 입출금과 이송 과정을 비롯한 한은의 화폐관리 시스템을 재검토하고 외주업체 직원 관리와 교육, 검사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