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학문이 된 새마을운동, 국제개발 새 블루오션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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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해외 새마을운동 현장 견학을 위해 캄보디아 소난차이 마을(새마을운동 완료)과 캄퐁참 마을(새마을운동 진행중)을 방문한 새마을국제개발학과 학생들.

6월 하순, 학기말 시험이 끝나 방학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대학가. 그러나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학생들은 8월 초의 캄보디아 새마을운동 봉사활동 준비로 분주했다. 이번 과제는 캄보디아 깜뽓주의 오지 마을 11곳에 이동식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주민들이 직접 쓸 수 있도록 기술 교육까지 시켜주는 것.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10여 명의 새마을국제개발학과 학생들은 공모전 등 학과 자체의 경연대회를 통해 선발된 ‘요원’들. 기획단계부터 사업 완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나간다.

캄보디아의 전기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공공사업이 아닌 개인 사업자가 전기를 파는 구조인데다 농촌은 도시보다 전기료가 3, 4배 정도 비싸다. 그러니 오지마을 사람들은 전기 없이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 있는 주민들이 밤에도 교육과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학교 도서관과 보건소 위주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주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다. 공모전을 통해 프로젝트팀에 합류한 신입생 박정훈 씨는 “단지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 구성원을 어떻게 참여시켜 소통하고 교육할 것인지, 이를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 마을 발전을 위한 동기를 부여할지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의 농촌 환경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학생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열악하다. 학생들은 캄보디아식 전통 집에서 주민과 똑같이 생활해야 한다. 무더운 날씨이지만 샤워 시설도 없고, 선풍기 정도로 더위를 이겨내야 한다. 모기와의 전쟁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새마을 국제개발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기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캄퐁참마을의 초등학교에서 낡은 울타리와 책상을 페인트로 깨끗이 칠하고 있는 새마을국제개발학과 학생들. 새마을운동 결과 1년에 한차례 수확하던 벼를 두세차례 수확하게 된 것을 기념하듯 운동장에 놓인 볏짚단이 눈에 띈다.

이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한동근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지구촌상생인재양성사업단장)는 캄보디아 경험은 학생들에게 국제 역량, 실무, 기술을 습득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사업 이전에도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 에티오피아, 베트남 오지마을 등에서 새마을운동을 전파한 경험이 있다. 이번 태양광 발전기 보급 사업은 기획단계부터 학생들이 팀을 이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도록 했다. 사업 주체가 학생들 본인인 만큼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자기 주도의 현장 활동으로 차별화된 국제 경쟁력, 책임감과 창의성을 기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 프로젝트는 캄보디아를 넘어 주변 국가로까지 퍼져나갈 수 있는 국제적 사업이다. 새마을 국제개발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될 것이다.”

한동근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활약하는 학생들의 활동에 비해 학과 명칭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남대는 2015학년도부터 기존의 지역및복지행정학과를 새마을국제개발학과로 개편했다. 지역개발, 복지행정이라는 기존의 학문 영역에 국제개발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접목해 글로벌시장에서 활약할 인재를 키우겠다는 게 이 학과의 설립 취지다. 1년도 안되는 새내기 학과이지만 교육부 주관의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1)에 선정돼 매년 10억 원, 5년간 50억 원을 지원받을 정도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한 교수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국제개발학’이라는 이름 앞에 ‘새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개발이란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 기술, 지식을 이전하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통적인 국제개발 방식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수십 년간 막대한 국제원조 자금을 투입했는데도 개발도상국가의 경제적 형편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듯 국제원조 효과가 미미한 것은 개도국 주민들이 스스로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약하고, 해당 국가의 사회적 부패 등으로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는 주민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를 강화하지 않고 단순히 물질적 지원만 해서는 ‘원조의존성’만 높여 오히려 자력 발전의 동기를 꺾어버린다고 비판할 정도다. 바로 이 때문에 국제개발에 ‘새마을정신’이라는 새로운 DNA가 필요했다. 새마을국제개발은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정신을 주민들에게 전파해 자발적으로 환경개선과 소득증대 사업에 참여토록 하고, 여기에 국제원조를 해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새마을국제개발학과 학생들은 올해 1월 베트남 닌투언성 오지마을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교육봉사 활동을 펼쳤다.

흔히 새마을운동 하면 과거의 케케묵은 운동이고, 요즘 같은 세상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개도국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한국은 개도국과 마찬가지로 선진국의 영향을 받으며 참혹한 전쟁과 지독한 가난을 겪으면서도 놀랄만한 성장을 이룬 나라다. 개도국은 선진국에서는 전혀 배울 수 없는 그 ‘성공비결’을 한국에서 찾고 있다. 한 교수는 “실제로 정책을 담당하는 개도국 관리들은 새마을운동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다. 우리 학교에는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이라는 외국인을 위한 대학원이 있는데, 현재 50개 개도국의 공무원 170명이 이곳에서 새마을학문을 배우고 있다. 즉 새마을운동은 정책부문, 공공부문의 ‘한류’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했다.

새마을운동 정신을 국제개발에 접목한 새마을국제개발은 국제개발 분야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부터 새마을운동을 개도국의 바람직한 발전모델로 삼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형 국제개발 모델인 새마을국제개발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남대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 학과 출신들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제개발 분야는 상상 이상으로 시장 규모가 크다. 전문가들은 매년 4조 원 규모의 공공 국제개발 시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국제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국제원조를 주는 나라들로 구성된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이후 공적개발원조(ODA)의 예산을 계속 늘리고 있다. 공적개발원조에서 무상원조를 담당하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은 물론이고 이 기관들이 지원하는 다양한 국제개발기구와 단체의 취업시장도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해당 지역에서의 사회공헌 활동,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도 점점 부각되고 있다. 특히 저개발국가에 진출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영속성과 시장확대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상품 가치와 연결짓는 공유가치창출(CSV)도 강조되면서 이와 관련된 기업들의 투자와 활동도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당연히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수요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한 교수의 진단이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 공유가치창출 분야는 국제개발 전문가를 양성하는 우리 학과에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트렌드다. 이 분야에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학과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이수과목들을 개설하고 있기에 경쟁력이 높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국제복지기관은 물론 지역사회복지관 등 국내의 다양한 사회복지기관에 진출할 수 있고, 사회복지직 공무원 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이 학과 학생들은 국제적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직업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학과의 큰 장점으로 여겼다. 지역및복지행정학과로 입학했다가 새마을국제개발학과생이 된 노관우 씨(3학년)는 “올 초 캄보디아를 방문해 새마을운동을 보급한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의 현실 차가 매우 큰 것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국제개발분야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국제개발학이 발달한 네덜란드에 교환학생으로 가 좀더 깊이 있게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학년 최혜주 씨도 “한국의 독창적인 새마을운동 학문으로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학과의 입학정원은 75명으로 이 중 35명은 야간 학과로 뽑는다. 야간 학과 운영은 1976년 국가 차원에서 새마을운동 인재 양성을 위해 지역사회개발학과를 개설한 취지를 이어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간이든 야간이든 장학금 혜택은 풍부하다. 성적우수장학금(80명, 8000만 원 상당 지원, 2014년 기준)은 물론 특별장학금(한 학기 교재비와 수업료 50% 감면 등), 영남새마을장학회(학과 졸업생들이 모은 기금으로 10회에 걸쳐 131명에게 1억2700만 원 지원), 특성화사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 대한 해외문화교류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하다. 신생 학과여서 입학 성적은 참고할 만한 자료는 축적돼 있지 않다. 2015학년도 수시 입학생의 평균 등급은 3.73(9등급제 기준)이었다.

경산=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