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앞둔 암환자 막막…“다른 병원서도 안받아주면 큰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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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삼성병원 진료중단]‘24일까지 부분폐쇄’ 큰 혼란

고개 숙인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의료진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폐쇄 조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병원 측은 “본원에서 감염된 모든 메르스 환자의 치료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고개 숙인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의료진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폐쇄 조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병원 측은 “본원에서 감염된 모든 메르스 환자의 치료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의사 한 명과 이송요원 한 명이 추가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병원은 응급수술을 제외한 외래, 응급실, 입원 진료를 14일부터 24일까지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부분 폐쇄’라고 했지만 사실상 전면 폐쇄나 다름없다. 국내 ‘빅5 병원’(삼성서울, 서울대, 서울아산, 서울성모, 신촌세브란스)이 일정 기간 문을 닫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따른 전국적 의료 공백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전국적인 의료 공백 우려


삼성서울병원의 중증 외래진료 환자와 입원 환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이 병원에서 암 수술 날짜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김의준(가명) 씨는 “지방에서 어렵게 수술 예약을 했는데, 이제 수술을 어디서 받아야 할지 앞이 막막하다”고 했다. 심장수술 뒤 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가족을 둔 문익재(가명) 씨는 “가족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를 원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2013년 이 병원을 찾은 응급환자는 3만8918명, 중환자는 1만3032명에 달한다.

병원 측은 병원 옮기기를 원하는 입원 환자는 적극적으로 전원을 돕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입원 환자 중 450여 명은 중증이라 전원이 쉽지 않은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방사선 치료 등 항암치료가 꼭 필요한 분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단순히 처방전으로 약을 받는 분들은 해당 진료과에서 일일이 전화해 협력병원 등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상 수가 1987개(2014년 현재)에 달하는 매머드급 병원. 2013년 병원 자체 통계에 따르면 외래 환자는 연인원 194만여 명, 입원 환자는 8만9000여 명, 수술 건수는 4만5800여 건. 하루 평균 7500여 명이 외래진료를 받고, 245명이 입원하는 셈이다. 14일 현재 입원 환자는 890여 명이다.

○ 다른 빅5 병원도 환자 감소

다른 빅5 병원들도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아 환자가 감소하면서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입원하면서 다른 환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 이후 빅5 병원의 환자는 감소 추세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평소보다 환자가 20∼30% 줄었다. 확진환자가 발생한 서울아산병원은 응급실 환자가 50%나 감소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만성질환 환자들이 입원을 늦추기도 해 8일을 기점으로 외래와 입원 환자가 10∼15% 줄었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계에서 빅5 병원의 비중과 역할은 절대적이다. 특히 암 등 중증질환은 더 그렇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간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등 주요 암 환자의 37.7%가 빅5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빅5 병원의 진료비는 2조2903억 원으로 전체 의료기관 진료비의 7.8%, 상급종합병원 진료비의 35.7%를 차지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환자가 진료를 받아야 할 시기를 놓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했다.

○ 병원 간 협조와 당국 대책 시급

삼성서울병원의 폐쇄에 따라 생기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상급종합병원들의 협조와 당국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동아일보가 14일 전화로 확인한 결과, 다른 빅5 병원 측은 삼성서울병원 측의 정보공유가 전제되고 감염 우려가 없는 선에서 삼성서울병원 대신 다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삼성서울병원에 다니던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상 대한병원협회 총무이사는 “삼성서울병원에 다니던 외래 환자들에게 진료의뢰서나 처방전을 갖고 중소 병원을 이용하라는 안내와 함께 동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충분한 상황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일부 병원이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 이에 대비해 진료 거부 등에 대한 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의 폐쇄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큰 축 중 하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전국의 중증환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보건의료 당국은 큰 숙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민병선 bluedot@donga.com·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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