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손석희는 ‘높은 시청률’에 웃고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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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불똥이 정치권을 넘어 언론계로 튀었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손석희 앵커가 그제 ‘뉴스룸’ 2부에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육성 녹음파일을 공개한 게 발단이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육성의 출처는 고인이 자살하기 전에 경향신문 기자와 가졌던 인터뷰의 녹음파일이다. 유족과 경향신문은 “JTBC가 녹음파일을 동의 없이 무단 공개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신문사와 방송사 사이에 전운이 감돈다.

▷이 파일은 그제 경향신문이 검찰에 녹음파일을 제출할 때 참여한 디지털 관련 과학수사 전문가 김모 씨가 멋대로 JTBC에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언론사가 취재한 녹음파일을 허락 없이 내보낸 것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다. 언론사의 뉴스 경쟁에서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고 불법과 불의를 파헤치는 기자들에게는 다른 분야보다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남들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의 잣대는 언론인 스스로에게도 엄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법적인 판단이나 언론 윤리를 떠나 죽은 사람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로 볼 때도 언론이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성 회장 유족은 “고인의 육성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며 방송 중단을 강하게 요청했으나 묵살됐다고 한다. 방송에서 굳이 고인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공익적 목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런 상업주의의 폐해도 한국 언론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손석희 앵커는 녹음파일 공개에 대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 말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차라리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를 했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할 것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성 회장의 육성이 방송된 당일 ‘뉴스룸’ 2부는 시청률 4%를 넘어섰다. ‘뉴스룸’ 1부 시청률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았다. 해마다 모 주간지의 설문조사에서 언론인 개인의 신뢰도와 영향력 부문 1위를 차지한 손석희 앵커, 높은 시청률에 지금 그는 웃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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