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이발소 코카콜라 스마트폰의 디자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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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 사인(sign)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빨강 하양 파랑의 선이 줄무늬를 이루고 있는 원통 모양의 사인은 이발소를 가리키는 만국 공통의 디자인이다. 18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세비야의 이발사’의 무대에서도, 오늘날 미국 뉴욕과 서울에서도 이발소 사인은 같다. 중세 서양에서 이발사는 동시에 외과의사였다. 면도칼은 수염만 깎는 데 쓰인 것이 아니라 다리를 절단하는 데도 쓰였던 것이다. 이발사가 외과의사와 분리된 후에도 과거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게 이 사인이다. 빨강은 동맥, 파랑은 정맥, 하양은 붕대를 의미한다.

▷수세식 변기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최초의 수세식 변기는 1775년 조지프 브라마란 사람이 만들었다. 뚜껑이 달리지 않았을 뿐이지 오늘날 쓰이는 수세식 변기와 큰 차이가 없다. 수세식 변기가 중산계층에까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851년 영국 런던 수정궁의 만국박람회에서 전시되면서부터다. 얼마 뒤 세라믹 소재의 수세식 변기가 처음 등장했다. 이 백색의 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달아 변기 그대로를 예술작품으로 제시한 것이 마르셀 뒤샹이다. 이른바 레디메이드 예술의 기원이 됐다.

▷코카콜라 병이 태어난 지 올해로 100년이 됐다. 코카콜라는 비밀스러운 제조법만큼이나 아름다운 디자인이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까지 성장한 비결이다. 코카콜라는 모방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실루엣만으로도 다른 회사 제품과 확연히 구별되는 코카콜라 콘투어(contour·윤곽)병을 만들었다. 이 병은 사람이 아니라 상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시사주간 타임의 커버를 장식했고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에게 영감을 줘 그의 작품 소재로 사용됐다.

▷스마트폰 디자인의 원형은 애플이 제시했다. 후발 주자들은 애플의 아이폰을 흉내 냈다고 해서 소송을 당했다. 디자인은 단순한 외양이 아니라 기능의 효율적인 표현이다. 특히 정보기기는 기능과 외양이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섞여 있다. 기술과 문화가 앞서야 디자인도 선도한다.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의 시대에 한국도 세계의 기준을 정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이발소#코카콜라#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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