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신고식 李총리 “개헌보다 경제가 우선”

대정부질문 첫날… 이재오-이해찬 “2015년이 골든타임”
李총리, 개헌 주장에 반대 의견… 총선출마 등 민감질문엔 즉답 피해

의원들에게 거수경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완구 국무총리(가운데)가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로서 데뷔전을 치렀다. 이 총리가 자신의 자리로 찾아온 새누리당 김광림(왼쪽), 주호영 의원에게 거수경례를 하듯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통령은 통일 외교 국방 등 나라의 큰일을 맡기고, 나머지 나라 살림은 국무총리에게 맡기자.”

25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분권형 개헌 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친노(친노무현) 좌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도 “현행 헌법도 1987년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졸속으로 만들었다”며 개헌 공론화에 가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제동을 건 뒤 소강 상태에 빠진 개헌 논의의 불씨를 지피려는 여야 중진의 ‘쌍끌이’ 공세다. 하지만 이날 국회에 데뷔한 이완구 국무총리는 개헌 논의 반대를 분명히 했다.

○ 이 총리, 개헌 논의 반대

이재오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개헌해야 한다고 개헌특위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데 권력의 힘으로 개헌을 막는 것도 나쁜 것”이라며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건 박 대통령을 조준했다. 15년 만에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해찬 의원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가 개헌의 ‘골든타임’”이라며 “좋은 헌법과 정치구조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개헌보다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때라는 박 대통령의 논리를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총리는 “개헌을 논의하는 순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제가 워낙 어려워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쟁점이었던 남북 관계 이슈에 대해선 “대북 전단 살포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지만 공개적으로 과시하듯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남북 관계는) 인도적인 문제 등 쉬운 문제부터 풀어 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 몸 낮춘 이 총리, 원론적 답변만

이 총리는 이날 철저히 몸을 낮췄다. 야당 의원들은 이 총리를 상대로 내년 총선 출마 여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거취 문제에 대해 그는 “(총리를) 마지막 공직 자리로 생각하고 싶다”면서도 “지역구민들에게 도리가 있기에 적절한 때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원론적 답변으로 넘어갔다. 심재권 의원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우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가정을 전제로 답하는 건 적절치 않다. 적절한 기회에 답하겠다”고만 말했다.

특히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데 대해 이 총리는 처음에 “(사초를 공개한 건)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질문이 거듭되자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문제다” “국가정보 기밀 공개가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얼버무렸다.

배혜림 beh@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