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중저음 목소리 CEO가 더 큰 기업서 더 많은 연봉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목소리와 사회적 지위의 상관관계

과학자들은 목소리가 유전자 품질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주장한다. 우선 목소리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량과 관계가 있으며 체구 크기를 암시한다. 흔히 목소리 피치(pitch·높이)가 낮을 경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고 체구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목소리는 사회적 지위를 암시하기도 한다.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오코너 교수팀은 2014년 목소리와 사회적 지위 간 관계를 조사했다.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는 위압감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중저음을 가진 사람은 체구도 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오코너 교수팀의 연구 결과 여성들은 목소리가 중저음인 남성이 고음인 남성에 비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애버딘대 스미스 교수팀의 경우 2012년 남성 목소리에 대한 여성의 반응을 추적 조사하기도 했다. 특히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기억 간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목소리가 단순히 우성 유전자의 지표일 뿐 아니라 배우자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임을 검증하려 했다. 이를 위해 각각 중저음과 고음의 목소리를 지닌 남성이 물건 이름을 읽은 내용을 녹음한 뒤 이를 들은 여성이 얼마나 기억하는가를 조사했다. 실험 결과 여성은 중저음의 남성이 말한 물건 이름은 많이 기억했지만(평균 84.7%), 고음의 남성이 말한 물건 이름은 상대적으로 적게 기억했다(평균 77.8%). 연구팀은 추가로 같은 사람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낮추면 여성의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남성의 목소리를 높일 때(평균 79.3%)보다 낮출 때(평균 86.4%) 더 많은 물건 이름을 기억했다. 한마디로 여성은 남성의 중저음 목소리에 큰 매력을 느낀다.

목소리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로 2013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목소리 피치와 최고경영자(CEO)의 성공 간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빼놓을 수 없다. 듀크대 연구팀은 미국 792개 기업 CEO의 연설 테이프를 구한 뒤 목소리와 해당 기업의 각종 경영지표 간 관계를 분석했다. 우선 792개 기업 CEO의 중앙값(median)은 ‘목소리 피치 125.5Hz(헤르츠)’, ‘연봉 370만 달러’, ‘나이 56세’, ‘재직 기간 5년’으로 조사됐다. 분석 결과 목소리가 낮은 CEO일수록 규모가 큰 기업을 경영하고, 그에 따라 연봉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가 중앙값보다 21Hz 낮은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 규모는 440만 달러, 연봉은 18만7000달러가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직 기간도 중앙값을 가진 CEO들보다 151일(약 5개월)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즉,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CEO는 목소리가 높은 CEO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에서 일하고 연봉도 높으며 재직 기간도 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는 다른 모든 변수를 통제한 가운데 목소리 효과만을 분석한 것으로 목소리가 CEO의 경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중저음은 CEO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그냥이라고 무심코 넘겼던 요인 중 하나가 목소리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중저음 목소리#CEO 연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