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타이거 우즈 경기 직접 살펴보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6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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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6일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1라운드 13번홀 경기 중 허리 부상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우즈가 자신의 승용차 뒤에서 골프백을 정리하고 있는 캐디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6일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1라운드 13번홀 경기 중 허리 부상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우즈가 자신의 승용차 뒤에서 골프백을 정리하고 있는 캐디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드라이브 샷부터 아이언, 쇼트게임까지 최악 수준
- 뒤땅, 토핑 아마추어 같은 실수 연발한 뒤 허리 통증 호소하며 기권
- 팬들 관심은 여전, 대회 첫날 1000여 명 갤러리 우즈 응원

5개월 만에 필드로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그러나 그에게 찾아온 건 화려한 귀환이 아닌 악몽뿐이었다.

우즈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인근의 스코츠데일 골프장에서 열린 피닉스오픈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기대가 컸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1라운드 73타에 이어 2라운드에서는 11오버파 82타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컷 탈락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다. 아마추어 주말골퍼에게서나 볼 수 있는 ‘뒤땅’과 토핑 같은 수준 낮은 미스샷을 연출했다.

경기 뒤 추측이 난무했다.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신적 부담에서 생기는 ‘입스(Yips)’라는 예상과 함께 스윙을 교정 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우즈가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기 위해 일부러 ‘쇼’를 하고 있다는 황당한 분석을 하기도 했다.

6일 우즈가 시즌 2번째 출격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 골프장을 찾았다. 우즈는 이날 시작된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 출전했다. 우즈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우즈의 경기 시작 예정 시간은 현지시간 오전 9시 20분이었다. 우즈는 평소처럼 1시간 전쯤 연습 그린에 모습을 보였다. 퍼트하는 모습으로는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가볍게 몸을 푼 우즈는 이어 드라이빙 레인지로 이동해 샷을 점검했다.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는 미디어 센터 바로 옆쪽 드라이빙 레인지가 아닌 약 500m 쯤 떨어진 반대편 드라이빙 레인지로 이동했다. 30분 정도의 연습을 마친 우즈는 경기 시작에 맞춰 1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그러나 이날 골프장에 짙은 안개가 몰려와 출발시간이 1시간씩 두 차례 연기됐다. 우즈는 캐디, 보디가드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우즈가 다시 모습을 보인 건 11시 정도였다. 우즈는 카트를 타고 다시 드라이빙 레인지로 이동했다. 몸을 푼 지 약 1시간 정도가 지났기에 다시 샷을 점검하기 위해 드라이빙 레인지로 이동하는 듯 했다.

오전 11시 40분 경 우즈가 10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였다. 함께 경기를 펼친 리키 파울러, 빌리 호셀과 인사를 하며 티샷을 준비했다.

출발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우드로 티샷을 한 우즈의 볼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벗어나 러프에 떨어졌다. 2번째 샷은 그린 뒤쪽으로 떨어져 러프에 잠겼다. 홀까지 약 4~5m 밖에 되지 않아 무난히 파 세이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우즈는 어이없는 어프로치를 하고 말았다. 러프에서 친 공은 홀을 훌쩍 지나쳤다. 이 모습만 보면 보기플레이어(90타대 아마추어 골퍼) 같았다. 파 퍼트마저 홀을 크게 벗어나 겨우 보기로 첫 번째 홀을 마쳤다.

11번홀(파4)에서도 비슷했다. 3번째 샷으로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또 다시 보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그린 옆 러프에서 친 4번째 샷이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어렵게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왠지 우즈가 가엽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즈의 불안한 모습은 경기 내내 계속됐다. 3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뒤 2온 2퍼트를 해 2번째 보기를 적어냈다. 13번홀에서는 2번째 친 샷이 그린 주변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갤러리 쪽에 떨어져 아찔할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지만, 여전히 팬들은 우즈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1000여 명에 가까운 팬들이 우즈를 따라 다녔고, 티샷을 하고 나면 ‘타이거~’라고 소리치며 힘을 실어줬다. 또 실수가 나와도 실망하기보다 함께 안타까워했다.

우즈도 이런 응원이 힘이 됐을까. 다행히 16번(파4)과 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이븐파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리를 절룩였다.
또 티샷을 한 뒤에는 바닥에 놓인 티를 줍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허리를 제대로 숙이지 못했다. 티샷을 하고 난 뒤 인상을 쓰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한 눈에 봐도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던 우즈의 경기는 2번홀(파4)에서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2번째 샷이 그린 뒤쪽으로 훌쩍 넘어갔다. 안타까워하는 갤러리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3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라가기 위해선 공을 높이 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즈의 샷은 낮게 날아갔고 거리도 짧았다. 흔히 말하는 ‘뒤땅’을 치고 말았다. 4번째 샷도 엉망이었다. 살짝 굴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토핑같은 미스샷이 나오면서 홀을 지나가고 말았다. 2퍼트로 마무리하면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우즈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갔다. 12번홀(파3) 티샷 후에는 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급기야 우즈는 그린에 올라서서 캐디를 불렀다. 짧게 대화를 나눈 우즈는 모자를 벗고 파울러, 호셀과 악수했다. 스스로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우즈는 곧바로 카트를 타고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그 순간 기자들도 함께 달렸다. 우즈가 탄 카트는 주차장에 세워진 포르셰 승용차(우즈가 타고 온 차) 뒤에 멈췄다. 순식간에 기자들에 둘러싸인 우즈는 “등과 허리 쪽에 근육이 뭉친 것 같다. 통증 때문에 걷는 게 힘들었다.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었다”라고 기권 이유를 설명한 뒤 직접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우즈는 지난해 8월 PGA 챔피언십 경기 후 허리 부상을 호소하며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5개월 만에 지난 주 피닉스오픈에서 복귀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다시 같은 부위의 부상을 호소하며 필드를 떠났다.

경기를 통해 직접 본 우즈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무엇이 잘못됐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다. 티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게 더 많았고, 아이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쇼트게임과 퍼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날 경기를 하면서 부상까지 당했다.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최악임을 확인했다. 우즈는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4월 9일 개막하는 마스터스에 맞춰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라면 마스터스에서도 골프황제의 부활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 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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