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진당 전 의원들의 뻔뻔한 보선 출마, 지켜만 봐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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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된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규 김미희 전 국회의원이 어제 4·29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결원이 생긴 지역구 의원을 새로 뽑는 선거다. 이들이 보궐선거에 나오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사람들이 그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나오는 것은 헌재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위험성’을 들어 통진당을 해산한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이 같은 사태는 정당 해산에 따른 후속 조치를 다룬 상세 규정이 없는 데다 정치권도 후속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 바람에 벌어졌다. 헌재는 통진당 해산 결정과 동시에 소속 국회의원의 자격을 박탈했지만 지방의회 의원의 자격은 박탈하지 않았다. 사실 통진당 국회의원의 자격 박탈도 명시적 근거는 없다. 헌재가 정당 해산의 취지를 해석해 결정한 것이다.

독일은 1952년 연방헌법재판소가 나치 성향의 사회주의제국당(SRP)을 해산할 때 명문 규정이 없음에도 소속 정당의 연방의회 및 주의회 의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선고를 했다. 그 후 연방선거법을 개정해 의원직 박탈과 피선거권 제한에 대한 규정을 도입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등은 헌재 결정 1년 전 이미 해산 정당의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지방단체장의 자격을 박탈하고 10년간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까지 국회에서 심의가 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법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지방의원의 자격 박탈 문제는 당장 법을 만든다고 해도 소급해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해산된 당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피선거권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법률은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헌 정당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의원들이 다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서는 사태를 막기 어렵다. 통진당과 명칭이 같거나, 강령이 동일 또는 비슷하지만 않으면 유사한 정당을 창당하는 것도 막지 못한다.

이상규 김미희 전 의원이 출마한다고 해도 또 야권연대를 하지 않는 한,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들은 얼마라도 표를 얻어 헌재 결정에 흠집을 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출마로 전체 선거 구도가 왜곡될 가능성은 크다. 새누리당에선 이들이 나오면 야권 표가 분열돼 어부지리를 얻는다며 법적 미비점 보완을 미뤘는지도 모른다. 여야는 헌재의 위헌 정당 판결 취지와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 이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통진당#보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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