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통진당 손잡았던 새정치聯의 공허한 헌재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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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이후]

민동용·정치부
민동용·정치부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용에 문제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훼손했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헌재를 원색 비난했다. 하지만 5개월 전인 같은 해 5월 똑같은 헌재 재판관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하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찬사를 쏟아냈다. “헌재의 냉정하고 공정한 재판 진행과 마무리에 대해 국민 모두가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헌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다른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뒤를 이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헌재에 대해 쏟아놓고 있는 품평들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헌재 재판관 구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과연 지금의 구성방식이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과 가치,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대표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판단을 잘못했다는 비판인 동시에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당내에선 보수 정권인 전임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재판관이 다수를 이루고 있어 헌재가 정권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볼멘소리들도 나온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진보 성향 재판관’이라고 규정한 이정미 재판관은 이번 사건의 주심 재판관이었지만 통진당은 해산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검찰 수사, 법원 판결, 헌재 결정을 입맛대로 재단해 불리한 결과에는 “정치적으로 의도가 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래서야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은 헌재의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확실하게 종북과 선을 그어야 한다. 2012년 총선 승리에만 집착해 통진당의 손을 잡고 ‘야권연대’를 한 원죄를 씻어내야 한다. 공학적인 수(數)의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가치, 비전에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자기 성찰 없이 남 탓하는 정치는 구태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헌법재판소#통진당#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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