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샤넬·루이비통보다 붕대가 트렌드! 요우커의 성형 관광 밀착 취재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4-12-22 19:20수정 2014-12-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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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의 최대 관광 상품은 ‘성형’이다. 예뻐지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 그 중심에는 중국인들이 있다. 최근에는 요우커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형 전문 병원까지 등장했다.

명동과 강남 일대 쇼핑타운에서는 성형 후 마스크나 붕대를 착용하고 쇼핑을 즐기는 요우커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 경복궁 건너편 길목. 커다란 파란색 의료용 마스크를 쓴 여자들이 줄줄이 관광버스에서 내린다. 추위 때문이라 하기엔 마스크를 쓴 모양새가 영 어색하다 싶어 힐끔거리는데 왁자지껄 중국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 성형 관광!’ 괜스레 눈이라도 마주치면 서로 민망해질까 봐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는데 정작 마스크를 쓴 그녀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당하다.

‘누구세요?’ 완벽한 페이스 오프로 입국 거부
지난 10월 11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인 여성이 여권 사진과 얼굴이 너무 달라진 탓에 출입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와 함께 한국의 중국인 성형 관광 붐을 보도했다. 해외에는 토픽으로 소개될 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마친 뒤 본국으로 돌아온 여성의 얼굴이 너무 달라져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신분 확인을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중국의 언론 매체들은 한국 성형 관광 붐을 기사로 다루며, 여성들에게 ‘번거로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병원에서 이름과 여권, 전화번호, 병원 이름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성형 확인증 등을 발급받아두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 중에는 중국인의 비중(26.5%, 5만6천여 명)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이들이 지난 한 해 사용한 의료비만도 1천억원이 넘는다. 중국인 의료 관광객들이 특히 선호하는 진료 과목은 성형외과와 내과, 피부과 등인데 특히 성형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요우커(遊客·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자신의 경제력과 능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성형 관광이 능력 과시 수단
하지만 그중에는 무작정 예뻐지고픈 욕심만 갖고 한국을 방문했다가 성형 브로커들에게 거액을 뜯긴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중국의 한국 관광 전문 여행사들은 성형외과와 제휴를 맺고 병원 측에 거액의 수수료를 요구하는가 하면 환자들에게 진료비와 수술비를 10배 정도까지 부풀려 중간에서 가로채는 등의 수법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수수료 상한선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데다 무조건 ‘비싼 것=좋은 것’이라는 의식이 강하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중국 여성들이 성형 브로커들에겐 한마디로 ‘봉’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우커들의 한국 성형 관광 붐은 쉽사리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방송(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매주질량보고’는 최근 중국 소비자협회의 2012년 통계를 인용하며 ‘중국에서 매년 평균 보고되는 성형 부작용 사례만도 2만 건에 달해 지난 10년간 성형수술로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이 무려 20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중국 현지의 성형수술 부작용이 심각한 이유는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미용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만한 의료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춘 병원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성형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이니 돈 많은 중국인들이 쇼핑과 관광, 성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중국인들을 위한 별도의 상담실은 물론 전문 상담가와 통역사까지 상주하는 병원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D·A 성형외과.

호텔식 서비스에 전문 통역사까지 등장
한국의 성형외과 가운데는 브로커를 끼지 않고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맞춤형 성형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과 입소문 등을 통해 스스로 충분히 정보를 입수한 뒤 직접 병원에 연락해 1차 상담을 하고 신뢰할 만한 병원을 리스트 업한 다음 한국을 방문하는 똑똑한 중국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병원 내부 시설과 의료 시스템, 실제 집도의에 대한 내용까지 빼놓지 않고 확인하고 비교하는 철저한 사전 조사는 물론 실제 병원을 방문해 현장 검증까지 마친 후에야 수술을 결정한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악덕 브로커들의 사기 행각, 유명 의사가 간판만 내걸고 실제 수술은 섀도 의사가 하는 한국의 일부 병원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죠. 중국과 한국이 가깝다곤 해도 큰 수술을 받으러 외국까지 원정을 오는 건데 신중할 수밖에요. 하지만 그렇게 까다롭게 선택을 하고 나면 중국인들은 통이 매우 큰 편입니다. 일본인들의 경우 결정을 하고 난 후에도 걱정이 많아 이것저것 반복해서 확인하고 질문하는 반면 중국인들은 한번 내린 결정에 대해선 뒤돌아보지 않아요. 자신이 선택한 의사에 대한 신뢰도 높은 편이고요.”
통역사와 간병인, 홍보와 번역 등 중국인 환자들을 위한 인력만 1백여 명에 달한다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의 설명이다. 이 성형외과는 최근 병원을 확장 이전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식 입원실까지 따로 마련했다. 간단한 수술의 경우 외부 숙박 시설에 머물며 사전·사후 관리를 받아도 괜찮지만 지방 흡입이나 양악, 가슴 성형 등의 수술은 반드시 입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과 중국이 가깝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내국인들처럼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사후 관리가 추가로 필요할 때 바로바로 병원을 방문할 수는 없으니까 외국인들은 더 철저하고 신중하게 케어해야 합니다. 모든 수술이나 시술이 그렇듯 의사의 집도 노하우만으로 예후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한때 의료 관광 열풍으로 한국 의사들의 중국 진출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그다지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수술이 환자의 전후 상태 파악, 예후 관리 등이 필요한 만큼 실력 있는 의사가 수술만 잠깐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에 상주하는 한국인 의사들의 실력이 한국에서 이름난 의사들과 견주어 더 뛰어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심지어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인 의사를 가장한 무자격자들의 의료 시술 사기 행각까지 들통이 나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형편이라 한국 의사들의 중국 진출 성공에는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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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처럼? No, 서양인처럼 Yes!
요우커들이 한국으로의 성형 관광을 선호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의 병원들은 수술뿐만 아니라 에스테틱, 스파 등과 연계한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이 많고, 이런 프로그램을 여행 상품으로 패키지화해 원스톱 미용 서비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여성들이 원하는 성형 스타일은 무얼까? 요우커들의 성형 관광 붐이 한류 열풍 때문이라는 건 한국인들만의 착각. 한국 연예인들처럼 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증언이다. 한국의 연예인을 좋아한다 해서 한국인처럼 되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의 여성들이 자연스럽고 티 나지 않는 성형을 선호하는 반면 중국 여성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한 스타일을 희망한다. 큰 눈과 오뚝한 코, 뾰족한 턱 등 서양인에 가까운 얼굴을 더 좋아한다는 것. 한국이나 일본 여성들이 성형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것과는 달리 그들은 성형 사실을 오히려 과시하려는 듯한 경향이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성형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른 것이 요우커의 성형 관광 붐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글·김지은 자유기고가|사진·박해윤 기자 ,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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