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역술인 “최근 月 2차례 정윤회 만나”

변종국 기자 , 조건희기자 입력 2014-10-31 03:00수정 2014-10-31 10:1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통령 행적논란 부른 정윤회, 세월호 당일 만난건 역술인
세월호 당일 정윤회가 찾아간 역술인 집 ‘비선 실세’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 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방문했던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주택. 정 씨는 이 집에서 16년 지기인 역술인 이모 씨를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98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어느 교수의 소개로 정윤회 씨를 처음 만나 박근혜 당시 후보의 선거 관련 얘기를 해줬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로 지목돼 온 정윤회 씨(59)가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난 역술인 이모 씨(57)는 30일 본보 기자와 만나 정 씨와의 오랜 관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씨가 “(당초 박 후보에게 공천이 예상됐던) 경북 문경-예천 지역구가 아니라도 대구 달성군이면 볼 것도 없이 당선되니 걱정 말라”고 조언하면서 시작된 인연은 16년 동안 계속됐다. 그는 “서로 바빠 한동안 뜸하다가 최근엔 정 씨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고 있다”고 했다.

○ 16년간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

이 씨는 과거 알선수재죄로 복역한 전력 외에도 현재도 이권 청탁 의혹을 사고 있다.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정 씨가 이 씨와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 왔을 뿐 아니라 최근 부쩍 자주 만나고 있다는 점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관련기사
이 씨의 철학관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한산 형제봉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이웃 주민들은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가끔 목탁 소리가 들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이라며 “고급 승용차와 함께 중년 여성 십수 명이 드나들어 붙잡고 물어보니 ‘점보는 곳’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1980년대부터 대구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등에서 철학관을 운영하다가 2010년경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부터는 철학관의 이름을 딴 사단법인 ‘I문화센터’를 설립해 세계적인 영성 철학자로 알려진 디팩 초프라의 초청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이 씨는 오전부터 정 씨와 함께 이곳에서 좋은 마음과 좋은 음식 등 ‘생명학’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 씨는 “점심을 먹는데 ‘세월호에서 승객들이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고 걱정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정 씨는 오후에 평창동을 떠나 옛 직장 친구들을 만나러 강남으로 갔다.

○ “법정구속시켜 주겠다”… 4억 받아

법조계와 과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2000년대 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의 친분을 앞세워 ‘인사 민원을 해결하고 각종 사업권을 따내주겠다’고 약속한 혐의로 수차례 검경 조사를 받았고, 그중 일부 혐의는 사실로 인정돼 징역형을 살기도 했다. 이 씨 관련 판결문이 남아 있는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재판 중인 동거남이 반드시 법정구속되도록 해주고 배후에 있는 경찰관이 파면되도록 해 달라”는 사업가 유모 씨(여)의 부탁을 해결해 주기로 하고 정모 씨(여)와 공모해 4억 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 것.

이 씨는 최근에도 주변 사람을 상대로 정 씨를 비롯한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업 청탁에 힘써주겠다”고 한 뒤 금품을 요구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 지인이 이 씨로부터 청탁 대가로 1억 원을 요구받았다는 A 씨는 “‘정 씨가 한학자를 만났다’는 언론 보도가 난 뒤로는 이 씨가 적극적으로 ‘내가 그 정도로 정 씨와 친하다’고 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이 씨는 제자들에게 “정홍원 국무총리가 내방할 예정이니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 “지만이(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 씨)도 나를 신처럼 떠받든다” “중국 공산당 서열 4위가 사업 상의를 위해 왔다 갔다”는 얘기를 하지만 제자들은 이를 그대로 믿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가 실제로 정 씨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과 친분이 있어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이 씨의 철학원에는 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이달 초 철학원을 방문해 환담을 나누다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그러나 이 씨는 “현 정권 인사들과 특별히 친분을 쌓은 적이 없고, 이권 청탁을 한 적도 없다. 오히려 정윤회를 소개해달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가 다 거절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과거 청탁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데 대해선 “당시 이희호 여사와 친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검경 조사는 모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비선 실세#정윤회#역술인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