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후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 강연 주제 19건 분석해보니… 거대 담론 줄고 구체적 ‘당면 이슈’ 많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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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에 열리는 ‘수요 사장단 회의’ 강연 주제가 기업경영 이슈 위주로 바뀌고 있다. 올해 5월 1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데다 계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동아일보가 올해 5월 중순 이후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 주제 19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경영 이슈는 모두 10건이었다. 정치사회와 리더십 관련 주제는 각각 6건과 2건에 그쳤다.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 이전에 진행된 총 18건의 강연 주제는 기업경영 6건, 정치사회 4건, 창의력 3건, 리더십 2건 등으로 비교적 다양했다. 또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와 2012년에는 각각 14건(총 45건)과 8건(총 46건)만이 기업경영 관련 주제였다.

5월 중순 이후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다룬 강연 주제 중 기업경영 이슈들은 모두 삼성그룹이 처해 있는 현실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6월 11일 회의 주제였던 ‘IT 기반의 지속성장 모델’과 7월 9일 회의 주제였던 ‘선도기업의 딜레마와 극복 전략’은 현재 삼성그룹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과 연관이 있다. 또 7월 16일 회의 주제였던 ‘사물인터넷 시대의 다음 10년을 준비하라’, 9월 17일 회의 주제였던 ‘최신 인공지능 트렌드’, 9월 24일 회의 주제였던 ‘창조경제와 창업’ 등은 삼성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과정에서 관심을 보여 온 주제들이다.

특히 이 이슈들은 ‘다시 전략이다’(2월 12일) ‘불황, 저성장의 역발상’(2월 19일) ‘콘셉트를 이끄는 경영’(4월 2일) 같은 5월 중순 이전 기업경영 관련 주제보다 훨씬 구체적이라는 특징도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요 사장단 회의 주제가 실적 악화를 포함해 삼성이 당면한 문제들을 자세히 짚어보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사장단부터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5월 중순 이후 강연에서는 이른바 사회 원로급으로 인정받는 인사들의 강연이 늘었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는다. 복거일 문화미래포럼 대표(최신 인공지능 트렌드·9월 17일),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사람과 삶∼진보란 무엇인가·10월 1일),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한국경제의 도전과 개혁과제·10월 8일), 이문열 소설가(작가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실과 기업의 역할·10월 15일) 등이 모두 5월 중순 이후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강연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신 교수는 “기업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건 사람이고, 창조는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은 변방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 대표는 “조직 문제는 궁극적으로 관료주의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관료주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수요 사장단#삼성#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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