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한 관광객 유치 겨냥해 마식령스키장 건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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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남북관계]6∼13일 北 돌아본 日 대표적 북한전문가 오코노기 교수
“남측 자본 끌어들여 경제회복 꿈꿔, 평양시내엔 활기… 택시들도 많아
전단 총격은 ‘흡수통일 거부’ 메시지”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은 남한 방문객을 위해 지은 것으로 보였다. 북한은 남한의 힘을 빌려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6∼13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일본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사진) 게이오대 명예교수(동서대 석좌교수 겸임)의 눈에 비친 북한의 현주소다. 그는 9년 만에 북한에 다녀왔다. 2007년 북-일 국교정상화교섭을 담당했던 미네 요시키(美根慶樹) 전 대사,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의 북한 외교, 경제, 문학 전문가 9명이 동행했다. 이들은 1989년부터 3년마다 북한을 방문했으나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로 2005년 이후 발길을 끊었다. 북한에서는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 마동희 군축평화연구소장 등이 이들을 맞았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에서는 남한 자본을 흡수할 수 있는 틀을 만들려 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숨겨뒀던 ‘통일 대박론’ 계획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9년 만에 북한을 본 느낌은….


“국제사회의 제재 효과가 없어 보여 놀랐다. 주민들 생활이 향상됐다. 평양의 출퇴근길 전차와 버스는 거의 만원이었다. 택시도 많아서 길거리에서 그냥 잡을 수 있다. 시민들의 복장이 좋아졌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성도 많이 보였다. 여성들 헤어스타일도 다양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예전보다 멋있어졌다. 경제적으로 도약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직전까지 온 것 같다. 북한 측은 지난해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채택한 핵 무력·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는 경제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핵 개발 자금을 일단 경제에 투입하는 것으로 보였다.”

―평양에만 있었나.

“10일에는 원산을 방문했다. 국제소년단야영소와 마식령스키장을 둘러봤다. 슬로프가 9개나 됐다. 호텔이 크진 않지만 유럽풍으로 수준이 있었다. 원산에서 마식령까지는 차로 30분, 금강산까지는 3시간 거리다. 이 지역들을 묶어 관광권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앞서 방문한 평양비행장도 인민군 수천 명을 동원해 활주로를 3∼4배로 늘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3∼4배 규모의 신축 터미널도 완공 직전이었다.”

김일성광장서 기념사진 찍는 北대학생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이 찍은 평양 김일성광장 풍경. 멀리 인민대학습당을 배경으로 북한 대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두
김일성광장서 기념사진 찍는 北대학생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이 찍은 평양 김일성광장 풍경. 멀리 인민대학습당을 배경으로 북한 대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두
―이해하기 어려운 움직임이다.

“김 제1비서가 북한 최고지도자가 되고 처음 한 게 스키장 건설이다. 이는 북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열쇠다. 비행장을 확장하고 스키장을 만들어도 누가 가겠나. 일본인은 무서워서 안 간다. 중국인도 한계가 있다. 결국 한국 사람밖에 없다. 북한은 남한의 힘을 빌려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실세 3명이 4일 한국을 전격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연계하는 북한 나름의 남북협력 비전을 세운 것이다.”

―통일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

“북측에서 연방·연합제라는 말을 쓰더라. 물어보니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발표한 6·15 공동성명에서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과 남의 연합제 안이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북한 당국자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고는 않겠지만 국제기구 감시 아래 두는 양보안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한이 대북 전단에 총격을 가한 것은 남북 공동이익은 추구하지만 ‘흡수통일은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납북자 문제를 둘러싼 북-일 교섭은 어떻게 되나.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일본이 기대하는 보고서가 나오긴 힘들 것으로 본다. 일본 정부가 덫에 걸린 느낌이다. 북한은 처음부터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일본을 이용한 것에 불과했다.”

―북-중 관계에 대한 언급은….

“아예 얘기를 안 하려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 제1비서의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 한중 밀월 관계도 북한을 불쾌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점도 있다. 북한에 택시가 많아졌는데 그 휘발유는 어디서 왔겠냐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전혀 이상한 움직임은 없었다. 생활이 향상된 때문인지 반감도 없었다. 안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흡수통일#관광객#마식령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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