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t짜리 코일 하루 4000개 無人운반… 오차 0% ‘ICT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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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에 ‘스마트 날개’]<중>기업혁신 이끄는 ICT

지난달 26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창고에서 무인크레인이 대형 트럭에 선재코일을 싣고 있다. ICT 융합 크레인 자동화시스템은 포스코가 낮은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안전성까지 높일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포스코 제공
지난달 26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창고에서 무인크레인이 대형 트럭에 선재코일을 싣고 있다. ICT 융합 크레인 자동화시스템은 포스코가 낮은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안전성까지 높일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포스코 제공
빨간 글씨로 쓰인 ‘무인’ 표시만 눈에 띄었다. 1만여 m² 크기의 창고 안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오전 포항제철소 선재(線材·wire rod)코일 창고. 코일 1개당 무게만 2t, 높이도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다. 창고에서는 매일같이 코일 4000여 개를 창고 밖으로 운반하는 작업이 이어지는데 이날도 대형크레인 등 모든 장비가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대형 크레인들이 내는 소음 속에서 포스코ICT 물류자동화팀 윤길섭 부장이 소리쳤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서로 대화를 통해 역할을 분배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코일은 부피도 크고 무거워 한 번의 오작동만으로도 수백만∼수천만 원의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얼핏 같아 보여도 크기와 지름 등 세부적 이력도 모두 다르다. 공장 안 모든 장비는 대형이지만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현장. 이런 곳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이 빛을 발한다.

○ ICT 융합으로 탄생한 스마트 작업현장


ICT를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생산력을 높이는 ‘똑똑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ICT 융합기업 사례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포스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ICT 관련 특허기술만 20개가 넘는다. 차량 및 적재물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무게중심을 3차원으로 분석해 찾아내는 ‘3차원 차량 형상 분석 시스템’, 크레인의 위치 속도를 조절하고 원격으로 설비상태를 진단하는 ‘크레인 무인제어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윤 부장은 “생산 및 물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은 모두 ICT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포항제철소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ICT 융합은 포스코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포항제철소 내 제품출하관제센터는 제철소의 ICT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관제센터는 제철소 내 10만8000m² 창고 등을 통합 관리하는데 총 관리 면적은 축구장 15개 크기다. 이곳에서는 차량위치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제철소 내에서 움직이는 출하차량 전체의 위치와 작업상태를 추적한다. 김남국 팀장은 “전에는 각 작업자들에게 전화를 해 각자 위치를 찾고 배차 및 작업지시를 했지만 지금은 제철소 전용 스마트폰 앱을 직접 개발해 한 번에 해결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자동입체창고도 포스코의 ICT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2만5500t 규모의 선재 저장능력을 갖춘 자동입체창고는 기존 평면창고 대비 4분의 1 면적으로 7배 이상 저장능력을 갖췄다. 생산기술부 윤상락 부총괄은 “ICT 융합형 자동입체창고를 만든 뒤 출하시간과 물류비, 인건비 등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말했다. 현재 제품의 입·출고 작업은 자동으로 24시간 이뤄지고 있다.

○ 기업 혁신의 원동력 ICT

국내 대표적 1000원숍 다이소가 싸고 좋은 상품을 파는 브랜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것도 ICT 융합 덕분이다. 다이소는 IT 기업 LG CNS와 손잡고 3년간 통합 물류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2012년 12월 경기 용인시 남사면에 ‘다이소 허브센터’를 완공했다.

이곳에서 하루 처리되는 주문(각 매장의 상품 요청)은 평균 18만 건. 품목만 3만 개가 넘는 제품들이 물류센터에서 전국 매장 600∼700곳으로 뿌려진다. 수작업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기존 물류센터와 달리 허브센터는 입고와 보관 분류 출하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작업자가 상품을 찾아 옮길 필요 없이 물류센터관리·제어 소프트웨어에 주문을 입력하면 상품 박스마다 붙어있는 바코드를 통해 품목과 양을 인식해 자동으로 처리된다. 상품이 스스로 갈 곳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도 ICT를 활용해 제품 제조에서부터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의 전 과정을 바꿨다. 이들은 최근 자동차 타이어에 무선주파수인식칩(RFID)을 부착해 부적합 타이어의 생산 및 출하를 사전에 차단하고 영업·판매 관련 실시간 재고관리 등을 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제조에서 유통, 판매까지 생산정보 확인이 가능한 이력추적시스템을 구축하자 생산성이 높아지고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바로잡을 수 있어 연간 104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 ICT 융합, 안전을 높인다

ICT 융합은 각 기업들이 안전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무선네트워크 솔루션 전문업체 맥스포는 올해 말까지 유해화학물 사고 실시간 예방·예측 대응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현장이나 도심 속 유해화학물질 보관시설로부터 실시간 정보를 수집해 모니터링하고 사고 발생 시 누출지점의 기상조건을 고려한 분석을 통해 신속한 대응을 하는 것이 목표다. 맥스포 관계자는 “지난해 구미 저장탱크 폭발사고 등 많은 유해물질 누출사고가 있었지만 1차 사고 이후 2차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며 “시스템 개발이 마무리되면 화학물질 누출사고 여부를 즉각 파악하고 실시간 자동시스템으로 최소한의 시간 내 대응조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포항=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포스코#포항제철소#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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