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려인 통일행사마저 체제홍보 이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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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고려인 통일대장정]
8·15 DMZ 통과 막고… 김일성동상 헌화-판문점 행사 동원

북한이 러시아 이주 150년 만에 이뤄진 고려인들의 첫 육로 고향방문이자 군사분계선(MDL) 통과 대장정 랠리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북한은 광복절인 15일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게 해달라는 랠리팀의 요청에 말이 없다가 막판에야 ‘16일 통과 허용’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14, 15일 평양에서 열린 광복절(북한은 조국해방으로 표현) 행사에 랠리팀을 참석시킨 뒤 남쪽으로 향하게 만들려는 조치임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동안 랠리팀은 백두산 밀영과 만경대 방문, 김일성·김정일 동상 헌화 행사 등에 동원됐다.

16일 입경 과정에서도 북한의 ‘비밀주의’가 이어졌다. 당초 랠리팀은 오후 3시 한국 땅을 밟을 계획이었지만 북한은 군 통신선으로 ‘오후 5시에 넘어간다’는 한마디만 전하고 묵묵부답이었다. 랠리팀을 판문점으로 데려가 홍보행사를 하느라 정해진 입경 시간을 맞출 수 없었던 것.

북한은 우방국인 러시아에도 왜 출발이 늦어지는지, 언제 한국에 도착하는지 알리지 않았다.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도 오후 3시부터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마냥 기다려야 했다.

또 북한은 랠리팀 가슴에 김일성 휘장(배지)을 달고 차에는 체제홍보용 책자를 실어 보냈다. 남북 대립 상황에서 이 물건들이 어떤 불편을 초래할지 잘 알고 있는 북한은 최소한의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이 물건들 때문에 통관이 지연됐다. 가뜩이나 늦었던 환영행사는 어둑해진 오후 6시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떳떳해지려면 최소한의 국제 규범과 외교 관행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관이 압수한 휘장 등은 랠리팀이 출국할 때 돌려준다.

도라산=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러시아 고려인#통일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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