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에게 800여 차례 수술·진료시킨 병원장 구속

"원장님, 수술준비 됐습니다."

경남 김해시 A병원 남자 간호조무사 B씨(48)는 외래진료를 하고 있던 원장 C씨(46)에게 구내전화를 했다. 수술실에 온 C씨는 중요 부위만 수술을 한 뒤 자리를 떴고, 마무리는 B씨 몫이었다. 고교를 졸업한 뒤 20년 전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한 B씨는 2010년 1월부터 A병원에서 수술 보조는 물론이고 병원장을 대신해 메스도 잡았다. 원장이 수술실에 오기 전 무릎이 아픈 환자의 무릎 내시경 촬영을 위해 미리 구멍을 뚫어 놓는 등 준비도 그가 맡았다. B씨는 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간호사의 보조를 받아 무릎절개, 관절내시경 촬영, 연골제거, 수술부위 봉합, 티눈 제거, 포경수술 등도 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A병원에서 '수술실장'으로 불린 B씨는 올해 3월까지 849차례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원장은 이 수술기록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 8억3500만 원의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탔다. B씨가 수술실에 있는 동안 원장은 외래환자를 진료했다.

이 외에 원장 C씨는 2004년 90병상으로 병원 허가를 받고도 병원 옆 건물에 무허가로 60병상을 추가 설치한 뒤 2010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입원비 46억5000만 원을 부당하게 수령하고 환자를 태워 온 택시기사에게 사례비를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창원중부경찰서는 C씨를 의료법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B씨와 택시기사 2명 등을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는 '아주 바쁜 시간에만 조무사에게 잠깐씩 일을 맡겼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나머지 관련자들은 시인을 했다"고 밝혔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