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용석]이벤트성 통일정책 발표 신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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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1월 6일 신년 내외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공언했다. 마치 통일이 되면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이 국민들의 경제적 삶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벤트 회사가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제작한 선전 문구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통일 대박’ 확산은 자칫 자유민주 통일을 벗어나 어떤 체제로 통일돼도 좋다는 통일지상주의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이벤트성 통일정책 발표는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에서 천명한 남북화해협력 구상에서도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남북 화해협력 증진을 위해 유엔과 함께 북한 산모와 유아 지원, 남북 공동의 북한 복합농촌단지 건설, 남북한의 북한 교통 통신 건설 투자,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등을 제시했다.

드레스덴 구상은 오늘날과 같은 남북 대결 국면에선 실현될 수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퍼주기를 연상케 하면서도 북한 김정은을 유인하기엔 양적으로 충분치 않다. 드레드덴 구상은 한국의 5·24 대북제재와 미국 일본 유럽 유엔의 대북교류 금지 및 제재에 막혀 실천될 수도 없다.

북핵과 군사도발이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드레스덴 구상을 서둘게 되면, 지난날 실패한 대북 굴종과 퍼주기 되풀이라는 국민적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박 대통령은 이달 15일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통준위는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다. 옥상옥(屋上屋)이며 여섯 번째 손가락처럼 도리어 불편하다. 통준위의 역할은 통일부 통일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겹친다. 통준위 신설보다는 기존의 통일 관련 기관들을 활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통준위는 평통과 완전 중복된다. 평통도 대통령 직속 통일 자문기구이고 헌법기관이며 사무처 직원만 70여 명에 달하는 방대한 기구다. 의장은 대통령이고 민간인 수석 부의장과 여러 명의 부의장을 두고 있다. 전문 분야별로 10여 개의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해외 교포들도 위원으로 망라돼 있다. 33년간 지속돼 자리도 잡혔다.

박 대통령이 통준위를 옥상옥으로 발족시켰다는 것은 통일정책을 흥행성 이벤트로 몰아감을 반영한다. 자신이 남북통일과 대북경제지원에 관심이 크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통일은 이벤트성 정책으로 성취할 수 없다. 다소 긴장되고 불편해도 북한 김정은의 고약한 버릇을 바로잡고 평화공존으로 끌어낼 수 있는 책략이 절실하다. 현실적이며 냉철한 북한 도발 억제책을 강구할 때다.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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