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요청에 여야 ‘김영란法 처리’ 화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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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여야 지도부 회동]靑與野 회동… 무슨 얘기 오갔나

http://photo.donga.com/view.php?idxno=201407110010&category=0003“오늘 회동에 대해 걱정하는 야당 내 기류가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담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간 회담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는 의미다. 10개월 전 열린 박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 회담을 두고 대치 정국이 심화되면서 최악의 평가가 나왔던 상황을 떠올렸을 것이다. 야당 일각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이 들러리만 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먼저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정례 회동’을 제안했다. ‘대화 정치’의 복원을 약속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도 “여야와 청와대가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다시 만드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일”이라고 화답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인사와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 등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민감한 대목은 건드리지 않았다. 서로를 배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김기춘 퇴진’ 강하게 주장 안 한 야당

박 원내대표는 이날 회담이 시작되자마자 인사 문제부터 꺼냈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2명의 지명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였다. 야당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선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해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잘 알았고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2명 가운데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할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전날)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야당에선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국정과 안보 공백을 고려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여권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면 야당도 국정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박근혜 정부의 잇단 인사 실패와 관련해 “인사 책임자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했지만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비선(秘線)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민감해할 대목을 배려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 원내대표는 오히려 박 대통령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측면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진정한 남북 대화를 위해 (남북 교류를 제한한) 5·24조치 해제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도 5·24조치의 출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3월 제안한 ‘드레스덴 통일 구상’을 실현하려면 남북 교류를 활성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여러 차례 무리한 국책사업으로 공기업 부채가 늘어났다며 4대강 사업을 예로 들었다.

○ ‘대화 정치’ 복원까지 이어질까


박 대통령이 소통 의지를 보인 데다 야당도 협조 의사를 밝혀 일단 ‘대화 정치’의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각종 법안 처리와 7·30 재·보궐선거 등 정치 일정과 맞물려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회동에서 여야 정치권에 주문한 핵심 사항은 세월호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다. 여야는 세월호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 등을 담은 특별법을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또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유병언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 등 세월호 관련 법안을 다음 달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각론에서 법안 내용을 두고 여야 간에 이견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출범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지만 해양경찰청 해체,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놓고 야당은 해경 해체에 반대하고 있다. 김영란법 역시 적용 대상을 두고 여야 간 의견 차이가 크다. 박 대통령이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정치권과 소통할지, 여야가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절충점을 찾아나갈지가 대화 정치 복원의 열쇠인 셈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女대통령과 야당 女원내대표 ‘소통의 만남’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0일 청와대에서 마주 앉아 웃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회동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女대통령과 야당 女원내대표 ‘소통의 만남’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0일 청와대에서 마주 앉아 웃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회동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여야 지도부#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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