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訪北한다 하더라도 北-日국교정상화 힘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北-日 ‘제재 해제’ 합의 이후]
日 북한전문가 오코노기 교수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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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사진) 규슈(九州)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는 북한과 일본이 납치문제 재조사와 대북 독자제재 완화를 주고받은 ‘빅딜’과 관련해 “북-일 국교정상화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21일 진단했다. 북한이 제대로 조사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이 일본의 지원을 얻기 위해 당분간 핵실험 등을 자제하고 대화 노선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북한이 조사 결과를 내놓을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과 일본이 지난달 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외무성 국장급 협의에서 전격 합의한 의미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2002년 총리로서 처음 방북해 납북자 5명을 일본으로 데리고 왔다. 그는 다시 2004년 방북해 납북자 가족을 또 데려왔다. 당시 그의 성과를 놓고 ‘홈런’이 아니라 ‘2루타’ 정도라는 비판도 있었다. 다른 생존자들이 아직 북한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뒤를 잇고 있다. 차이점은 조사 대상자가 납북자에서 북한에 있는 모든 일본인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왜 조사 대상자 범위가 넓어졌나.

“납치 피해자로 한정하면 발굴 대상자가 적다. 그렇다면 북한이 뭔가 성과를 내 일본에 제시하기 힘들다. 북한은 이번에 포괄적으로 조사해 ‘일본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시행했다’는 제스처를 보여주려 한다. 그 후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17명이 북한에 납치됐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미 일본으로 귀환한 5명을 제외한 12명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일본이 요구하는 12명 중 요코타 메구미(橫田惠) 씨를 포함해 8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납북 피해자 재조사만 벌이면 북한이 일본에 줄 수 있는 ‘선물’이 거의 없다.

―북한이 일본과 스톡홀름 합의에 나선 배경은 무엇인가.

“먼저 경제 부흥이다. 현재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국제 제재를 받고 있어 경제적으로 힘들다. 한중 관계 진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북한과 일본이 처음 국교정상화를 논의한 것은 1990년대 초였고 당시 한국과 러시아(옛 소련)가 국교정상화를 한 때였다.”

―북한이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뭔가.

“북한은 일관되게 과거사 청산 뒤 국교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과거사 청산은 충분한 사죄와 배상을 의미한다. 결국 북한은 북한 내 일본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교정상화로 가고 그 과정에 경제적 지원 형태의 배상을 받는 게 목표다.”

―국교정상화를 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낮다. 북한이 제대로 된 납북자 조사 결과를 낼지 의문이고 일본 국민들이 그 결과를 납득할지도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아베 총리의 정치 생명도 위협받게 된다.”

―아베 총리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납치 문제 해결은 아베 정권의 공약사항이다. 지금까지 진전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다’는 개인적 의욕도 높다. 아베 총리가 정치가로서 국민적 인기를 얻은 것도 납치 문제에 대한 그의 전향적 자세 덕분이었다. 보통 정치가라면 이처럼 집중하진 않는다.”

―아베 총리의 방북도 점쳐지고 있다.

“가능하다. 특히 조사가 끝나고 결과 발표 시점에 아베 총리가 북한으로 갈 수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 때도 그랬다. 북한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북한에 왔을 때에서야 ‘납북자 중 5명이 살아 있고 8명은 사망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이번에도 북한이 납북자, 행방불명자 등을 몇 명 찾아놓고 아베 총리가 방북했을 때 밝힐 것이다.”

―이런 때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어떻게 되나.

“일본은 분명 교섭을 중단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일본이 계속 북한과 손을 잡는다면 미일관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의 관계 등이 모두 틀어지기 때문이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당분간 대화 노선으로 갈 것이다.”

―북-일 교섭이 한국과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결과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더 긴밀한 관계를 맺게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과 관계를 강화해 북한을 붕괴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은 변함없는 중국의 주요 동맹국이므로 중국은 남북 모두에 균형 잡힌 정책을 취할 것이다. 한국도 이를 알고 있는 게 좋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북한#오코노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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