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지켜준 우리가 죄인” 이틀간 4만명 추모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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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단원고 순차 수업재개]
합동분향소 조문 행렬… 인도까지 줄이어 희생자 넋 기려
문재인 의원-홍명보 감독도 찾아

“기도합니다. (바다에서) 나온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나올 이들을 위하여….”

16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후 온 국민은 하루가 한 달 같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생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구조되기를 바라는 소망 글들은 24일에도 경기 안산시 올림픽기념관 내 임시 합동분향소 게시판을 뒤덮었다. 전날 설치한 게시판에 추모 메시지가 가득 차 별도의 게시판이 추가로 설치됐다.

안산 공단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아랍어로 ‘R.I.P(Rest in peace·편히 잠드소서)’라는 글을 남겼다. 이날 학생과 교사 17명의 위패가 추가돼 전날 48명을 포함해 총 65명의 위패가 안치됐다. 영정 사진은 1층을 다 채워 2층까지 늘어났다.

분향소가 문을 연 지 이틀째.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첫 등교를 한 날이었다. 조문객은 전날보다 더 늘어 인근 보도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한참을 기다려 입장한 뒤 분향소 앞에 세 줄씩 서서 국화꽃을 올려놓고 묵념했다. 한 조문객은 “너희도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왜 여기 쓸쓸히 있는 거니”라고 혼잣말을 했다.

진도 사고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올라왔다는 한 비구니 스님은 “진도에선 한 가닥 희망이라도 가졌는데 여기선 완전한 이별을 한다니 너무 슬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사회복지사 김유신 씨(51)는 “분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픈데 유가족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휴대전화 속 자녀 사진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 진모 군(17)의 이모는 “가족 대부분이 충격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 혼자 둘 수 없어 다시 분향소로 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 A 씨(62)는 주저앉아 “우리 아이를 지켜주지도 못한 죄인인데…”라며 통곡했다.

이날 국가대표 축구팀 홍명보 감독과 김태영 코치, 영화배우 김보성 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등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분향소 측은 이날 오후 11시 현재 약 4만 명이 조문했다고 밝혔다. 문자메시지로 이뤄지는 실시간 추모메시지는 약 4만3500건에 달했다.

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세월호 침몰#단원고#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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